[英IISS 전략문제논평]파키스탄의 고민「급진 이슬람」

  • 입력 1998년 10월 24일 19시 25분


《동아일보는 국제정세와 전략문제에 관해 세계적인 권위를 갖고있는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와의 독점계약으로 IISS의 간행물 전략문제논평(Strategic Comments)중 ‘파키스탄의 정치불안’을 요약, 소개한다.》

파키스탄 정정(政情)이 불안하다.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수니파 소수민족 등 이슬람과격단체들이 정부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파키스탄의 국내정치 불안은 독립 후 50년간 근대국가 창설에 실패한 역대정권의 책임이 크다. 집권세력은 부패했고 정치 사법 행정 등 근대국가 형성에 실패했다. 이들의 무능 부패 내분은 과격 이슬람세력의 성장을 불렀다.

경제난도 정치위기를 악화시킨 요인이다. 5월 인도와 경쟁적으로 벌인 핵실험으로 국제통화기금(IMF)과의 구제금융협상도 실패로 돌아갔다. 9월현재 대외부채는 3백30억달러나 되는데 외환보유고는 단 6억달러에 불과하다. 또 45억달러의 재정적자가 예상된다.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정부는 9월 경제제재 해제를 조건으로 포괄핵실험금지조약(CTBT) 서명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정책도 정치불안의 불씨를 안고 있다. 만일 파키스탄이 서명한 후 인도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정부는 엄청난 내부 비난을 받게 된다. 과격단체가 국민정서를 자극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8월 오사마 빈 라덴의 비밀기지 공격을 위해 파키스탄 머리위로 크루즈미사일을 발사한 것과 이에 대한 정부의 부적절한 대응도 국민감정을 자극했다.

파키스탄 정부가 90년대 들어 과거 지원했던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단체 무자헤딘이 내분에 빠지자 탈레반을 지원한 것도 국제사회의 여론을 악화시켰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의 80%를 지배하고 있는 탈레반은 파키스탄에 머물던 아프가니스탄 난민이 결성한 단체로 친파키스탄 성향이었다. 인도와 동남부 국경을 맞댄 상황에서 서쪽 국경에는 파키스탄에 우호적인 세력이 필요했던 것이 지원의 배경이다.

그러나 파키스탄의 탈레반지원은 미국과 이란을 자극했다. 탈레반은 미국대사관 연쇄 폭발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빈 라덴을 지원했고 이란 외교관을 살해하는 등 극단적 입장을 취해왔다.

그나마 탈레반마저 파키스탄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현재 파키스탄 집권세력은 비록 이슬람국가임을 선포하기는 했지만 위스키를 즐기는 등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고 있다. 반면 이슬람세력 가운데 가장 철저하게 교리를 지키는 탈레반은 과거 우호관계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정부 대신 소수파인 급진 수니파 세력과 유대를 넓히기 시작했다.

파키스탄 집권층의 행태를 비난해 온 이란은 9월 탈레반의 이란외교관 살해사건 이후에는 노골적으로 같은 종파인 파키스탄 시아파 소수 단체를 지원하고 있다.

인구 1억2천4백만의 대국인 파키스탄의 인구증가율은 연 3%. 농촌경제의 피폐에 따른 수많은 농민들의 탈농촌행렬은 도시빈민을 양산했고 이들이 급진 이슬람세력의 기초를 구성하고 있다.

현재 파키스탄에서는 군부가 유일한 대체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다시 군부가 정치전면에 등장하는 경우 소수 과격단체들의 발호로 시아파가 거주하는 펀자브지방이 분리독립을 주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리〓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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