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동평화 빅딜

  • 입력 1998년 10월 24일 19시 25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중동 평화협상이 타결됐다. 48년 이스라엘의 독립국가 건설로부터 시작된 이 지역의 분쟁과 갈등은 지구촌이 해결해야 할 최대의 난제 가운데 하나였다. 네차례의 중동전쟁과 78년의 캠프데이비드 협정, 93년 오슬로 협정 등 숱한 대결과 타협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의 평화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이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합의가 항구적인 중동평화의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작년 3월 이스라엘의 동예루살렘 지역 유태인 정착촌 건설로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지 19개월만에 미국의 강력하고 끈질긴 중재노력에 힘입어 회담을 타결했다. 서로가 빅딜을 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지역에서 13.1%의 영토를 추가로 양보, 팔레스타인은 결국 이 지역의 40% 이상을 자치구역으로 확보하게 됐다. 반면 팔레스타인은 64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창설 때 제정한 헌장의 ‘이스라엘 파괴’ 조항을 폐기키로 했다. ‘땅과 평화의 교환’협정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밖에 팔레스타인 수감자 7백50명을 석방하고 팔레스타인은 테러리스트를 처벌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같은 합의만으로 중동평화의 모든 것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팔레스타인 독립문제, 골란고원과 동예루살렘문제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양측은 이번 합의를 바탕으로 그같은 현안들을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나 갈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다. 첨예한 의견대립이 언제 분쟁의 불씨로 변할지 모른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문제는 양측 지도부가 당면한 내부사정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민족은 지난 반세기 동안 보복의 악순환만 되풀이해 왔다. 그러다 보니 서로간 불신과 감정의 골은 치유하기 어려울 정도로 깊어졌다. 당장 이스라엘의 극우 보수파들은 이번 협상에서 지나친 양보를 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측에서도 이스라엘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일부 과격파들의 저항이 거세질 조짐이다. 합의를 실천하려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의 강력한 리더십은 그래서 어느 때보다 더욱 필요하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협정 조인식에서 영원한 평화정착에 대한 자신감을 강조했다.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도 과거와 같은 폭력과 대립은 결코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두 지도자의 말처럼 중동지역의 불화는 이제 과거사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그러자면 우선 서로가 약속을 지키고 합의사항을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민족 사이에 이해와 믿음이 쌓이면 공존 공영의 길은 자연히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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