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도형/엔貨 강세의 「두 얼굴」

  • 입력 1998년 10월 12일 19시 29분


9월9일 이후 일본과 미국의 연이은 금리인하로 엔화약세가 다소 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흘렀었다.

그러나 꼭 한달만에 1973년 변동환율제 이행이후 하루 상승폭로서는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엔화강세 달러약세, 국면으로 급진전된 계기는 미국 헤지편드의 경영위기에서 비롯된 미국주식과 달러자산 이탈이다.

여기에 미국경제의 거품붕괴, 일본경제의 재생가능성 등 성급한 관측과 유럽연합(EU) 각국의 금리 동반인하 등이 가세했다.

이유야 어떻든 그동안 고달러 고주가 장기호황이라는 미국경제의 3위일체가 크게 동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 세계적 디플레 가능성

초저리의 해외자금을 유입, 전세계에 재투자해 온 거대한 자금흐름이 역류하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최대채무국의 엔표시차입, 달러표시대출이라는 양건(兩建)거래의 장대한 드라마가 헤지펀드들의 이전투구 속에서 세계적 신용수축을 재촉하는 듯하다.

달러약세 엔강세는 이들 투기자금의 준동이 없다면 세계경제 불균형시정, 미국산업의 경쟁력 강화, 일본의 아시아 제품수입확대에 이바지할 것이다.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자동차 철강업계가 줄곧 강성달러정책 수정을 요구해 왔기도 하다.

그러나 대외채무증가, 헤지펀드 연쇄도산, 경기후퇴의 가능성이 더 크다.

일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렇지 않아도 BIS(은행자기자본)비율이 낮아지고 있는데다 엔약세로 해외자산의 엔환산액이 증가하여 BIS비율이 더 낮아지는 악순환속에 있었다.

이번 엔강세가 BIS비율상승 신용수축 회피에 어느 정도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달러당 1백10∼1백15엔수준이 계속되면 지금 유일한 돌파구인 수출채산성이 약화되고 그동안 국내운용이 어려워 미국채 등의 비중을 늘려온 기관투자가의 타격이 커진다.

내년 1월 통화통합의 기대를 모으면서 회복세에 있던 EU경기에도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중남미시장에서 신규업무를 개시한 은행의 주가하락, 미헤지펀드 투자손실, 아시아수출부진, 급격한 통화고로 은행업적이 악화하여 신용경색이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각국이 연이어 금융완화로 선회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독일 프랑스 좌파정권이 긴축기조의 유럽중앙은행위원회에 자국의 금융정책을 맡겨둘 리 없다.

달러하락세가 지속되면 유러강세 때문에 단일통화국 전체의 경기후퇴가 불가피하다.

위기의 진원지인 아시아 각국지역은 이번 환율변동으로 경기회복을 우선할 수 있는 숨통이 트였다.

IMF식의 긴축에서 경기자극형으로의 선회이다.

그러나 문제는 금융 등 구조개혁이 지연되면 경기자극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데 고민이 있다.

이와 같이 계속되는 신흥시장의 혼란, 미국의 신용수축은 새로운 위기를 잉태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때문에 세계 각국이 금융완화로 선회, 디플레 위기를 극복하려 하고 있다.

일본도 파산 또는 파산직전의 금융기관 정상화를 위한 공공자금 50조엔 증액, 30조엔의 초대형 경기대책 등 재정정책에 가세하여 공정할인율 재할인금리 인하 등 동원 가능한 금융완화조치를 추가하려는 움직임이다.

국제자본시장과 각국의 금융시스템의 부조화가 시정되지 않고 세계적 디플레 위기가 엄습하고 있는 지금 급속한 엔고 달러약세는 또한번 국제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현 상황은 미일의 경쟁력구도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온 큰손들의 보유자산 조정현상이다.

▼ 구조조정 가속화 해야

그러나 미 일 유럽간의 세계기축통화패권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나 환율안정을 통해 세계경제를 자율성장궤도에 올려 놓으려면 하루 빨리 전세계적으로 금융완화를 서둘러 신용경색을 회피해야 한다.

달러연착륙, 미국에의 자금유입이 지속되어 30년대와 같은 리스크가 표면화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우리는 각국의 경기실태와 어긋난 작금의 초엔고 달러약세 현상을 낙관하기 보다 그것이 가져올 세계적 디플레 가속화로 인한 구조조정 지연 가능성에 신속히 대응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은행과 금융기관 부실채권 정리와 경기대책을 위한 정부의 특단의 조치가 시급하다.

김도형(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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