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홍/기든스와 제3의 길

  • 입력 1998년 10월 12일 19시 06분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주창한 ‘제3의 길’에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앤서니 기든스가 방한중이다. 기든스는 저명한 사회사상가지만 현실 정책노선에 큰 영향을 주어 더욱 진객(珍客)대우를 받는 것 같다. 지난달 23일의 뉴욕대 심포지엄에서도 블레어가 제3의길을 역설함으로써 세계적 뉴스를 탔다. 이에 앞서 블레어는 프랑스 의회에서의 연설과 주요언론 기고문을 통해 새 비전을 다듬어왔다.

▼‘좌파와 우파를 넘어서’라는 기든스의 저서 이름이 말해주듯이 제3의 길은 이념적으로 중도파다. 그러나 사상사적 구분보다도 실제 정책안이 더 중요하다. 블레어의 새 정책노선은 경제분야에서 우리에게도 현안인 구조조정을 필수적이라고 본다. 시장경제를 지지하면서도 정부개입에 반대하지 않는다. 정부개입은 보수우파인 마거릿 대처 전총리가 이미 펴온 정책이기 때문에 좌파편향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다.

▼이 노선의 특색은 복지정책 개혁에 있다. 자유주의도, 사회주의도 기본 복지를 위한 국가개입을 지지한다. 그러나 복지수준 문제에서 대립해 왔다. 복지를 높이려면 그만큼 세금을 더 거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실업대책 예산의 비중이 쟁점 중 하나다. 제3의 길은 교육과 생산인프라 건설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 복지개념으로 제시했다. ‘일할 수 있게 해주는 복지’라는 것이다.

▼투기성 자본문제에서는 ‘국경없는 돈사냥’을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국제통화기금(IMF) 대신 세계중앙은행 설립을 주장한다. 하버드대의 삭스, MIT의 크루그만교수의 비판을 소화한 구상이다. 아시아 경제위기는 아시아적 가치가 아니라 헤지펀드의 횡포 때문이라는 지적도 그렇다. 제3의 길은 아리스토텔레스와 몽테스키외의 혼합정체 개념과 동류지만 현대세계의 위기와 씨름한 만큼 차이가 있는 사상이다.

〈김재홍 논설위원〉nieman9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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