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칼럼]강민수/경제우등생 대만의 저력

  • 입력 1998년 10월 11일 19시 44분


97년 하반기 들어 시작된 금융위기가 동아시아 지역을 강타, 환율이 폭등하고 주가가 하락하는 한편 경제성장률도 크게 둔화되면서 실업률이 상승하고 있다. 아시아 금융위기의 무풍지대로 그동안 꿋꿋하게 버텨왔던 대만경제도 최근들어 호흡이 가빠지고 있는 것 같다.

98년 들어 16년만에 처음으로 대외 수출이 감소하면서 경제성장률은 97년 6.8%에서 98년 2·4분기에는 5.21%로 떨어져 올해 경제성장 목표를 당초 6.2%에서 5.1%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만은 상대적으로 견실한 경제성장을 달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대만은 8백36억달러에 달하는 외화를 보유, 일본 중국에 이어 외환보유고 세계 3위를 자랑하는 반면 외채는 단 1억달러에 불과하며 이러한 막대한 외환 보유는 외환 파고를 효과적으로 흡수하는 방파제 구실을 하고 있다. 아울러 침체된 여타 아시아 국가와 달리 대만은 여전히 경제 활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해외투자 등 기업들의 국제화 열기도 지속되고 있다. 그러면 이같은 대만경제의 저력은 어디에 연유하는 것일까.

대만경제는 한마디로 중소기업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전체 기업수의 9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고용의 79%, 수출의 50%를 떠맡는다. 정부는 금리와 물가안정을 통해 중소기업이 커나갈 토양을 마련하고 기업들은 실리 위주의 경영을 통해 내실을 다진다. 대만 기업의 부채비율은 86%에 불과하며 일본 미국 등 선진국 기업보다 훨씬 탄탄하다.

이들 중소기업은 보호정책이 아니라 혹독한 경쟁을 통해 육성된다. 대만에서는 기업퇴출이 일상사처럼 받아들여지며 지난해에만 3만여개 업체가 파산했고 4만4천개가 창업했다. 창업도 쉽지만 파산도 쉽게 결정되므로 경영자는 투자자, 금융기관들의 차입에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다. 안정된 노사관계도 대만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일조하고 있으며 지난 수년간 파업건수는 단 4건에 불과하다.

정부의 역할도 규제보다는 지원 중심이다. 기업들 역시 정부의 지원에 일방적으로 의지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경쟁력 향상에 최선을 다한다.

최근에는 정보화시대에 적응력이 뛰어난 첨단 벤처기업군을 육성하고 중소기업의 기술 집약화를 한층 심화시켜 나가는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음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잘 알려진 신주(新竹)과학기술산업단지는 대만의 저임금 노동집약적 산업구조를 기술집약적 산업구조로 전환시킨 중추적 산실이다.

신주단지는 컴퓨터 부품과 정보통신 분야로는 미국의 실리콘 밸리에 이어 세계 두번째 규모로 알려져 있다. 1백80만평의 부지에 2백40여개 기업이 입주하고 있으며 2001년까지 추가로 단지 조성을 완료하여 대만 전체를 과학기술의 섬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끝으로 대만 국민의 자립정신과 근면 검소한 태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3천달러에 달하지만 그들의 생활은 놀라울 만큼 검소하고 실질적이며 우리나라와 같이 3D업종 기피현상은 없는 것 같다.

도로의 청소부, 아파트 경비 및 관리인, 차량 세차원, 노점에서 간이음식을 판매하는 젊은 부부, 어느 누구 한사람도 성실히 일하지 않는 사람을 보기 어렵다. 경제 우등생 대만은 바로 이를 바탕으로 하여 이뤄진 것 같다.

강민수<주타이베이대표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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