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빗길 추월경쟁 「대형사고」부른다

  • 입력 1998년 9월 28일 19시 23분


미국 조지아주 고속도로 순찰대원인 닐은 애틀란타 시내에 있는 순찰대 본부에 무선보고를 했다. 빗길 교통사고 현장을 취재하고 싶다는 기자의 부탁에 따라 간선도로를 한바퀴 돌겠다는 내용이었다.

7월20일 오후 3시20분 닐은 환한 표정으로 순찰차에 시동을 걸면서 “외국까지 와서 교통안전 문제를 취재하다 사고를 당하면 정말 뉴스거리가 된다”며 안전벨트를 매라고 권유했다.

고속도로 순찰대가 경찰 소속인 한국과는 달리 미국은 주정부 산하 ‘공공안전청’에 고속도로 순찰대를 두고 있다. 경찰은 도심 일반도로, 순찰대는 고속도로와 간선도로를 담당한다는 것. 닐은 순찰대에서 25년째 근무 중이다.

20번, 285번, 75번 도로를 달리다 다시 285번 도로로 들어섰다. 20분쯤 지났을까. 빗줄기가 점점 굵어졌다. 그 때 깜박이를 켜지 않고 갑자기 차선을 바꾸는 승용차가 보였다.뒤따르던 차는 급제동을 걸었다.

“빗길에서 급차선 변경은 사고를 자초하는 일인데….” 닐은 문제의 승용차 뒤에서 사이렌을 울렸다. 교통위반 딱지 대신 경고를 받은 운전자는 오른손을 들어보였다.

얼마후 순찰차 왼쪽으로 승합차가 쏜살같이 지나갔다. 닐도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순찰차가 시속 70마일(1백12㎞)로 달리는데도 승합차는 여전히 앞서갔다.

순찰차가 승합차를 따라잡은 것은 속도를 75마일(1백20㎞)로 높이고 나서였다. 닐은 승합차와 나란히 달리면서 클랙션을 울린 뒤 승합차 운전자를 향해 오른손을 두번 접었다 폈다. 제한속도 55마일(88㎞)을 지키라는 신호.

원래 조지아주에서는 과속차량에 3백 달러(약 42만원)의 벌금을 매기도록 돼 있지만 닐은 이번에도 경고로 끝냈다. 그러면서 혼잣말처럼 내뱉았다. “빗길에선 40마일만 넘어도 위험한데….”

5분쯤 더 달리자 승합차 1대가 갓길에 처박혀 있었다. 순찰차에서 내려 다가갔다. 현장을 조사하던 다른 순찰대원은 “다른 차가 추월하자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바짝 따라가다 빗길에 미끄러졌다”고 설명했다.

조지아주의 경우 이처럼 차간거리를 지키지 않은 상태에서 일어나는 교통사고가 연간 8만6천8백여건(96년 기준)에 이른다. 전체 교통사고의 29.1%. 이같은 사고에 따른 부상자는 2만5천5백여명으로 전체 부상자의 17.8%였다.

사고건수에 비해 인명피해가 적은 이유는 앞차와의 거리가 좁아질 때 운전자가 긴장하며 브레이크를 밟을 준비를 하기 때문으로 고속도로 순찰대는 보고 있다.

닐은 “특별한 빗길 안전대책은 있을 수 없다”며 “평소보다 제동거리가 길어지므로 차간거리를 늘리고 양보운전을 하는게 사고를 피하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애틀란타(조지아주)〓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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