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김용래/「88의 자산」2002년위해 활용을

입력 1998-09-14 19:16수정 2009-09-25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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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은 제24회 올림픽이 서울에서 열린 지 10주년이 되는 날이다. 88년 9월17일부터 10월2일까지 16일간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 그처럼 온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던 적은 일찍이 없었고 온 국민이 그렇게 벅찬 감격과 환희를 맛보았던 적도 없었을 것이다.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장의 말을 빌릴 필요도 없이 그것은 근대올림픽 1백년 사상 가장 성공한 최고 수준의 올림픽이었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 국민자신감 계승돼야 ▼

서울올림픽은 국내외적으로 많은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무엇보다 76년의 몬트리올올림픽, 80년 모스크바올림픽, 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이 이념과 인종의 벽을 허물지 못한 반쪽 올림픽으로 개최된데 비해 서울올림픽은 서방국가와 동구권을 포함한 1백60개국의 선수와 임원을 한자리에 모이게 함으로써 12년동안 얼룩졌던 올림픽의 역사를 다시 쓰게 했다.

우리나라에 끼친 영향도 적지 않았다. 당시까지만 해도 우리에게 등을 돌리고 있던 동구 사회주의 국가들의 문을 열게 하여 관계개선을 촉진시키고 차례로 국교를 수립하게 했으며 91년에는 남북한 동시 유엔가입도 실현하게 되었다.

스포츠면에서도 ‘세계 4강에 오르던 날’이라는 감동적 표현이 말해주듯 세계무대의 체육강국으로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문화면에서도 가장 한국적인 문화가 가장 세계적인 문화로 승화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서울올림픽 개최 10년을 돌아보며 오늘날 우리나라가 당면한 현실을 생각하면 우리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10년 전의 영광을 되돌아보며 자기만족에 도취하기에는 우리 현실이 너무나 절박하다.

하늘을 찌를 듯 치솟았던 국민의 사기는 어디로 갔으며 외국인들도 감탄한 참여정신과 질서의식 친절성은 어디에 있는가. 서울올림픽은 훌륭하게 개최되었고 그 파급효과도 지대했지만 우리는 서울올림픽을 통해 쌓아올린 정신적 자산을 계승 발전시키고 이를 확산하는데 실패했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올림픽이 끝난 직후 한국을 떠나게 된 모 외국대사가 했던 얘기가 생각난다. 그는 한국인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하나는 88올림픽 때의 모습이요, 다른 하나는 89년 봄의 갈등과 혼란의 모습이라고. 이 야누스의 모습 중 어느 것이 진짜 한국의 얼굴인가. 우리는 이 아픈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아야 한다.

서울올림픽의 가장 빛나는 정신적 자산은 무엇보다도 우리 국민이 민족의 자존을 되찾고 성숙한 문화시민의식을 세계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는 점일 것이다. 지난날 식민지 지배와 전쟁, 굶주림과 가난의 굴레가 남긴 패배의식과 열등의식에서 스스로 벗어나 한국인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함으로써 올림픽을 성공으로 이끌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국민적 자신감이 엉뚱한 방향으로 왜곡 확산되어 마치 하루아침에 선진국대열에 도달한 양 세계의 중심국가 운운하며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리는’ 오만으로 흐르지는 않았는지 우리 모두 반성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제 4년 후면 2002년 월드컵이라는 올림픽 못지않은 또하나의 지구촌 축제를 일본과 공동 개최하게 된다.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는 무엇보다 IMF위기를 딛고 새로 일어선 우리의 저력을 과시하는 계기가 돼야 하고 세계 많은 나라에 희망과 용기를 주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88서울올림픽의 준비와 개최과정에서 보여주었던 우리 국민의 에너지와 정신적 자산을 오늘에 재창출하는데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 세계인에 저력 보이자 ▼

88올림픽의 성공 요인을 들자면 우선 전국민적 참여 분위기 조성이고 계획수립의 완벽함과 시간계획에 늦지 않은 각종 사업의 완성, 정부―주최도시―조직위원회―지방자치단체―지원단체―자원봉사자―시민단체간의 치밀한 역할분담과 협조, 반복적 현장점검과 교육훈련, 완벽한 정보체제 확립 등일 것이다. 경기장 시설이나 경기운영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안전대책 교통 숙박 관광 문화행사 질서의식 안내 등 손님맞이 준비에 필요한 대회지원분야의 준비다.

이는 전국민의 참여와 협력 없이는 달성될 수 없는 것이다.

서울올림픽의 빛나는 성과와 귀중한 유산을 역사의 강물에 흘려보내지 않고 오늘에 재창조하여 2002년 월드컵대회에 다시 구현하는 것이야말로 88서울올림픽을 영원히 성공한 올림픽으로 만드는 길임을 강조하고 싶다.

김용래<88서울올림픽 당시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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