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임규진/공기업 구조조정의 「예외」

  • 입력 1998년 9월 8일 19시 29분


한번 무너진 원칙이나 규칙은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법이다.

정부는 현대자동차 노사문제에 이어 공기업 구조조정에서도 ‘예외없는 규칙은 없다’는 외국 격언을 적용하기로 했다. 기획예산위원회가 7일 발표한‘공기업 경영혁신 수정안’이 바로 그것이다. 이 수정안은 공기업 노조의 의견을 반영해 한국전력등 10개공기업의 인력감축 규모와 시기를 줄이고 늦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7월26일에 있었던 ‘공기업 구조조정’ 토론회에서 공기업 사장들은 “현대자동차 정리해고문제가 구조조정이라는 경제논리를 벗어나 정치적 타협으로 미봉되면서 공기업의 정리해고도 더욱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진념(陳稔)기획예산위원장은 “공기업 구조조정은 원칙과 법질서를 지키면서 이루어질 것”이라면서도 “현대자동차 문제 처리엔 아쉬움이 남는다”며 공기업 사장들의 고민에 동조했다.

하지만 공기업 구조조정 수정안은 진위원장이 밝힌 ‘원칙과 법질서 유지’와는 잘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매사를 원칙대로 처리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오히려 일을 무리없이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예외가 필요할 때도 있다.

문제는 한국경제의 운명을 좌우하다시피 하는 미국 금융가 월 스트리트의 투자자들이 한국식 예외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를 불러들인 외환위기는 한국정부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신이 행동으로 나타난데서 비롯됐다.

정부가 한번 발표한 정책을 이런 저런 이유를 붙여 자꾸 바꾸다보면 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불안과 불신은 증폭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대자동차 정리해고문제의 변칙 처리와 공기업 구조조정계획 수정 같은 예외 만들기가 계속되면 IMF관리체제로부터의 탈출이 더욱 어려워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임규진<경제부>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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