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전교조의 전원복직

  • 입력 1998년 7월 17일 19시 44분


학교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잇따라 터져나온 촌지사건으로 교사 체면이 땅에 떨어진 상태이고 여기에 교원정년 단축과 무능교사 퇴출 문제까지 겹치면서 교직사회 전체가 크게 동요하고 있다. “매일 아침 학교로 향하는 발걸음이 천근만근 무겁다”는 한 교사의 말이 이들의 심정을 대변한다. 경제위기 속에서 과외를 계속 시켜야 할지 고민하는 학부모나 진로 선택이 어려워진 학생들도 불안감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거기에다 전교조 변수도 있다. 전교조 해직교사 가운데 미복직 교사 1백48명이 가을학기에 전원 복직한다는 보도다. 정부의 전교조 합법화 방침에 따라 전교조가 교육현장 일선에 완전히 복귀하는 것이다. 복수의 교원단체를 인정하는 것은 외국의 예에 비춰볼 때 당연한 조치이며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의 복귀 이후 상당한 파란이 예상되는 점이다.

▼정부가 약속한 전교조의 합법화 시기는 내년 7월이다. 교육부내 분위기를 볼 때 이보다 훨씬 앞당겨질 수도 있다. 따라서 전교조와 기존 교원단체인 한국교총간의 세력다툼은 이제부터다. 일부에서는 제삼의 교원단체를 결성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교사들이 여러 단체로 갈라지고 서로 세력 불리기에 급급한다면 학교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수 있다.

▼복수 교원단체 허용을 위해 법을 정비하는 문제 하나만 해도 교원단체간의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법조항에 따라 어느 한쪽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각 지역의 모든 교원단체와 일일이 단체교섭을 할 수 없으므로 지역별 창구를 일원화하는 문제도 갈등의 소지가 크다. 교육당국은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할 대책을 빨리 내놓아야 한다.

〈홍찬식 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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