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네덜란드,주택가-이면로사고는 「운전자과실」

입력 1998-07-06 19:56수정 2009-09-25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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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주요 도시의 주택가나 이면도로에는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이색적인 교통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차도에서 아빠와 아들이 공놀이를 하는 모습이 그려진 ‘본네프(Woonerf·생활공간이라는 뜻)’라는 이름의 표지판이다.

이는 ‘차와 사람이 공존하는 도로’라는 표시다. 이곳의 차량 제한속도는 시속 15∼18㎞. 또 일단 사고가 나면 경위야 어찌됐건 1백% 운전자의 과실로 인정된다.

델프트 공과대학 하인 보트마교수(도시공학과)는 “본네프 표지판 자체는 2차대전후 등장했으나 주택가나 이면도로에서는 보행자가 절대적인 우선권을 갖는다는 ‘본네프정신’의 연원은 20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말했다.

본네프 표지판이 있는 도로는 일직선이 아니라 곡선으로 설계됐고 도로 입구에는 과속 방지턱 등을 만들어 운전자가 속도를 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네덜란드의 보행자 우선 정책은 보행자 전용도로를 살펴봐도 잘 알 수 있다.

네덜란드의 남부 도시 로테르담 중심가의 ‘라힌반거리’는 2차 대전후 새로 도시를 건설할 당시 유럽에서 처음 보행자 전용도로를 도입한 곳으로 유명하다. 보행자 전용도로의 원조인 셈이다. 폭 10m, 길이 1㎞의 라힌반거리는 비상차량이나 상가에 물건을 공급하는 차량외에는 일체 차량통행이 금지되어 있다.

네덜란드는 거의 모든 도시의 도심지에 라힌반거리와 같은 보행자 전용도로를 지정해 놓고 있다.

보행자 전용도로를 처음 지정했을 때는 상인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으나 지정이후 차량혼잡과 소음, 매연이 없는 쾌적한 도로로 바뀌면서 ‘우리 상점은 보행자 전용도로변에 있다’고 선전할 정도로 시민의식이 바뀌었다.

보행자 안전문제를 다루는 헤이그 소재 국책연구소인 ‘도로안전연구소(SWOV)’의 톤 훔멜연구원은 △차량제한속도 30㎞ 구역과 차량통행 금지구역의 확대 △차량의 보행속도 운행구역 신설 △‘보행자 섬’ 확대 설치 등으로 보행자 사고가 크게 줄었다고 분석했다.

네덜란드의 경우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중 보행자 사망비율은 10% 안팎으로 우리나라의 보행자 사망비율(90년 52.3%, 95년 44.2%)보다 훨씬 낮다.

네덜란드는 또 전체 보행자 사망자수도 90년 1백44명에서 96년에는 1백9명으로 줄었다.

네덜란드의 인구 10만명당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는 8.6명. 독일(12.1명) 벨기에(16.7명) 이탈리아(11.4명) 등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21.8명.

훔멜연구원은 “네델란드의 보행자 사망사고 중 70%는 횡단보도 사고”라며 “요즘은 횡단보도 사고 예방과 자전거 이용자 보호에 연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로테르담〓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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