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기술-투지없는 한국축구-경제는 닮은꼴

  • 입력 1998년 6월 22일 19시 38분


‘한국 축구와 한국 경제는 쌍둥이 체질.’

16강 진출 꿈이 허무하게 무너지자 축구계와 재계에선 이런 반응이 터져나왔다.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준 한국 축구의 실상과 IMF체제로 전락한 우리 경제의 처지가 여러모로 닮았다는 것.

한국인 특유의 투지를 계승하지 못하고 선진기술을 접목하지 못한 점이 그 첫째. 근로자들의 임금 수준은 경쟁국을 크게 앞질렀지만 기술수준은 선진국 그림자에도 못미쳐 한국제품은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 끼여 설 땅을 잃고 있는 것이 현실.

네덜란드전에서 보여준 월드컵팀의 나약한 ‘투지’는 흐트러진 근로의욕 기업가정신과 일맥상통한다.

둘째는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낙후됐다는 점이 공통점. 멕시코와의 첫 경기에서 하석주선수는 ‘백태클’을 엄금한 국제축구연맹(FIFA)의 경고를 무시했다. 꼭 동네축구를 하는 것처럼 무리한 태클을 범하다 퇴장당하고 말았다.

이것은 국제회계기준과 주주를 중시하는 세계 경제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외면하는 바람에 외자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기업의 처지와 너무나 흡사하다.

셋째는 차범근감독의 독단적인 팀운영과 총수 독단경영의 유사점. 차감독은 축구계의 추천을 무시한 채 고정운 이임생 등 베테랑들을 제외했다. 전법도 4―4―2나 4―3―3 시스템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세계축구계의 조류를 무시한 채 1―6―3 시스템을 고집했다. 이 점은 총수의 독선적 경영과 팽창 일변도의 기업 확장으로 몰락한 우리 기업의 경영풍토와 너무나 흡사하다는 게 중론.

〈이희성기자〉lee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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