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기무사 발표에 따르면 한총련계 지하조직원이 기무사의 ‘학원사찰 보고서’를 날조해 일부 언론에 제보했다고 한다. 여러 사람을 당황케 하는 희대의 사건이다. 지난해 6월 제5기 한총련출범식 과정에서 민간인 치사사건이 일어나 궁지에 빠지자 국면전환용으로 이같은 조작극을 꾸몄다는 것이다. 현역사병이 군 행정반에서 날조문건을 만든 치밀성도 이미 학생운동의 모양은 아니다.
▼날조라는 말은 독재정권의 하수인역을 하던 옛 공안기관들을 공격해온 단골용어였다. 이제 한총련이 그것을 꼼짝없이 되돌려 받게 됐다. 기무사의 명예훼손문제와는 별개로 거짓말은 ‘늑대와 소년’의 우화처럼 결국 학생운동 자체를 위기로 몰아넣을 것이다. 일부 언론마저 속여 국민을 우롱했으니 순수성이 생명인 학생운동의 존립근거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폭력시위로 얼룩진 한총련이 군 문서 조작극까지 벌였다면 갈 데까지 간 것이나 다름없다. 1960년 미국의 흑인학생운동 지도자들은 백인 전용상가에 가 종업원으로 일하겠다며 비폭력 연좌농성을 벌여 승리했다. 경찰이 손댈 수 없는 합법농성으로 사회변화를 끌어낸 학생운동의 예다. 우리 학생운동도 독재정권 때문이라는 폭력의 명분이 사라진 지금 정상화를 서둘러야 한다.
김재홍<논설위원〉nieman9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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