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신석호/신선한 검찰브리핑

  • 입력 1998년 6월 17일 19시 13분


서울지검은 16일 기업과 채무자들을 대상으로 청부폭력을 휘둘러온 폭력조직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색다른 브리핑 방식을 시도했다.

검찰은 4명의 청부폭력 피해자들을 기자실에 초청해 끔찍했던 피해 순간을 털어놓을 기회를 주었다.

“한밤에 청년 3명이 집에 들이닥쳤습니다. 그들은 수영도 못하는 나를 한강으로 데려가 강물에 빠뜨렸습니다. 그저 살겠다는 마음 뿐이었습니다.”

피해자들은 “보복이 두려워 신고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며 “우리같은 사람이 더이상 없어야겠기에 보복의 위험을 감수하고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도 누구를 얼마나 잡아들였다는 성과보다 피해상황과 잠재적 피해자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를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검찰은 또 폭력 상담 신고센터에서 피해자들을 24시간 상담하고 신고인에게 수사요원을 연계시켜 보호하는 한편 수사 시기와 방법도 신고자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해 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수사기관의 관심이 ‘범죄자’ 대신 심신에 상처를 입은 ‘피해자’에 모아졌다는 점에서 브리핑은 신선했다.

수사기관은 범죄자를 잡는 데 급급한 나머지 피해자의 안전과 권리는 늘 뒷전으로 미뤘던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죄인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졌고 그들의 억울함과 수사에 대한 의견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선진국은 수사기관을 비롯한 사회 전체가 범죄 피해자에게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피해자 중심주의’를 범죄학의 한 갈래인 ‘피해자학’으로 발전시킨 지 오래다. 검찰의 이번 시도가 피해자의 입장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국민의 신뢰와 협조를 얻는 계기로 발전됐으면 한다.

신석호<사회부>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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