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승/금융부실채권의 해결책

  • 입력 1998년 5월 25일 06시 36분


정부는 금융부실채권을 정리하기 위해 62조원의 공공자금을 추가 투입하기로 하고 그 중 50조원은 내년초까지 공채(公債)를 발행하여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리고 금융기관에 막대한 부실채권을 떠넘긴 기업주에 대해서는 사유재산을 몰수하고 형사책임까지 묻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 재정 허리띠 더 졸라야

금융부실채권을 정부가 떠맡는다는 것은 곧 국민이 떠맡는다는 뜻인데 과연 그래도 되는 것인가. 그리고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국가인데 부실경영의 책임을 기업주의 개인 재산 몰수와 형사 처벌로까지 물어도 되는 것인가.

우선 금융부실채권을 정부가 떠맡고 나서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부실채권의 책임을 따진다면 그것은 정경유착과 관치금융에 의한 성장풍토의 소산이다. 경제성장은 재벌기업이 이끌고, 재벌들은 빚으로 크고, 빚은 은행이 대주고, 은행으로 하여금 자금을 대주도록 한 것은 정부였으니 말하자면 재벌 은행 정부가 공동책임을 져야 할 일이다.

그러나 그러한 책임문제를 떠나 현재의 상황은 매우 심각하며 정부가 그렇게 나서지 않고는 경제위기의 매듭이 전연 풀리지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다. 현 경제위기는 고비용 저효율에서 시발된 것인데 그것이 기업의 연쇄부도로 치달았고 기업들은 넘어지면서 그들의 빚을 몽땅 은행에 떠넘겼다.

이 때문에 자본금이 모두 합해 10조원도 안되는 은행들이 1백조원 이상의 부실채권을 떠맡게 됐으니 은행들이 이것을 감당해낼 능력이 있을 리 없다. 그래서 거의 모든 은행이 빈깡통이 되어 은행주식은 휴지가 됐고 은행신용은 땅에 떨어져버렸다. 이렇게 되니 대외적인 한국의 신용은 추락하고 이런 사태가 방치될 경우 국내적인 예금 인출 사태까지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은행에서는 돈이 안풀리고, 그러니까 기업이 계속 넘어지고, 이 때문에 금융부실채권이 더 쌓이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현 경제위기의 뇌관이라 할 수 있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어떤 방법을 써도 경제는 풀리지 않게 돼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금융부실채권에 대해 정부가 적극 대처하기로 한 이번 조치는 잘한 일이다. 그러나 재원조달의 방법에는 문제가 있다. 내년초까지 50조원의 공채를 시장에서 팔겠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이자부담도 문제이지만 이보다 시중자금을 정부가 흡수함으로써 자금경색과 고금리를 크게 부추겨 결국 이쪽의 문제를 저쪽으로 떠넘기는 결과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재정긴축 한국은행차입 정부보증채권에 의한 담보부동산 매입 등 세가지 방법을 병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정에서는 세수를 10% 증대하고 지출은 국방비 등 10%를 감액하여 재정에서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하며 이것이 정도(正道)다.

또 자금 순환의 정상화와 금리 인하가 필요하므로 공채의 일반 소화보다는 한은에서 인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토지공사가 담보부동산을 사주는 한도도 현재의 3조원에서 무제한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부실 채권을 떠넘긴 기업주에게 개인적인 민형사 책임을 물어도 되는가 하는 문제다. 범법행위가 없었을 때에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이 원론적인 대답이다. 주식회사는 유한책임이며 기업가는 법을 어기지 않는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공채 한은인수 바람직

그러나 우리나라의 기업풍토는 기업재산과 개인재산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예컨대 회사돈을 개인이 빼돌린 경우, 기업재산을 해외에 도피시킨 경우, 화의를 악용하거나 고의부도를 낸 경우 등 도덕적으로 뿐만아니라 법률적으로도 문제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한 경우에는 재산몰수와 형사처벌도 감수해야 할 것이며 그것이 현재의 국민감정에도 맞을 것이다.

박승(중앙대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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