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직원들은 중도해지를 원하는 고객에게 가능하면 계속 묻어둘 것을 권하지만 “생활이 어려워 버티기 어렵다”는 안타까운 대답을 듣곤 한다.
금융상품 중도해지는 작년 12월 신종적립신탁 등 고금리상품의 시판에 맞춰 급증, 올 1월에 피크를 이뤘다. 15% 미만의 저금리상품에 목돈을 예치한 고객들이 중도해지와 금융상품 전환의 실익을 저울질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고금리상품으로 ‘말’을 갈아탄 것이다. 한푼의 이자라도 더 받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금리 상승세가 꺾인 지난달부터는 고수익을 기대하는 중도해지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그 대신 ‘생활고’로 적금을 깨는 서민들이 늘고 있는 것. 더욱 큰 문제는 적립금을 한두달씩 연체하는 계좌가 눈에 띄게 늘고 있는 현실.
한일은행의 한 관계자는 “2,3개월 가량 적금을 붓지 못하면 그 다음은 거의 중도해지로 이어진다”고 털어놓았다. 적금계좌가 줄어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기업들의 구조조정은 이제 막 시작인데, 대량실직과 감봉의 회오리도 아직 시작에 불과한데,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앞으로 1,2년은 더 고생해야 하는데, 벌써부터 저축의 탑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생활은 어렵지만 한푼 두푼 불어나는 통장을 보면서 참아온 것이 서민의 삶이 아닌가. 당장의 생계를 위해 적금을 깨야 하는 서민들은 누구를 원망해야 할까.
이강운 <경제부>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