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IISS 전략문제 논평]나이지리아의 민정이양

  • 입력 1998년 3월 31일 08시 36분


현 군사정권이 10월1일을 기해 민간정부에 권력을 이양할 것이라고 선언하고 있는 나이지리아는 인구 1억명, 석유매장량 2백억배럴에 강력한 군사력을 갖고 있는 아프리카 중서부의 맹주이다.

그러나 민간정부로의 권력이양은 의문시되고 있으며 군부는 여전히 권력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 60년 영국에서 독립한 나이지리아가 민간정부를 경험한 기간은 단 10년뿐이다.

93년 11월 쿠데타로 집권한 현 국가수반 사니 아바차장군은 같은해 6월 야당후보가 승리한 대통령 선거결과를 짓밟은 장본인이다. 따라서 그의 권력이양 선언은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아바차정부는 현재 나이지리아와 서부 아프리카 지역에서 정적에 대한 탄압과 부패 등으로 법의 지배를 무시하고 있으며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는 95년 11월 세계적인 인권운동가인 켄 사로위와를 반역혐의로 처형, 국제사회의 공분을 샀으나 미국 영국 등 열강들은 나이지리아에 대해 어떠한 정책을 취해야 하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당시 나이지리아 군인들과 정부고위관료에 대한 비자발급을 거부했으며 유럽연합(EU)은 부분적인 무기금수조치를 취했고 영연방은 나이지리아의 회원국 자격을 정지하는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아바차의 통치스타일에 대한 거센 비난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그의 통치를 대신할 대안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나이지리아의 민간정부는 과거 60∼66년, 79∼83년 두 차례 집권했으나 모두 종족갈등을 증폭시키는가 하면 엄청난 규모의 부패혐의에 연루돼 군부에 의해 전복됐다.

93년의 정치위기와 그 뒤 군부에 의해 진행되는 정치일정에 대한 민간 정치엘리트들의 반응도 무척 실망스러운 것이다. 93년 선거당시 부통령후보였던 바바스 가나 킨기베는 아바차 정권에 투항, 외무장관을 지냈으며 강력한 야당지도자였던 톰 이키미는 아바차의 최측근으로 변신했다.

이밖에 민간 정치인들은 군부에 의해 철저히 장악되고 있는 나이지리아의회당(UNCP) 등 5개 정당에 앞다퉈 달려가고 있어 군부를 대신할 수 있는 정치집단으로서의 의지와 국가지도력이 의문시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아바차정권은 97년 12월21일 미국 영국 등 서방이 지원하는 쿠데타 음모를 적발, 분쇄했다고 발표하면서 10월 정권이양 이후에도 계속 권력을 행사하는 정치환경을 창출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 쿠데타 사건 이후에도 아바차는 군부를 장악하기 위해 쿠데타 기도 죄목으로 정적을 잇따라 숙청, 60년 이후 온전했던 군부내 단결이 훼손되면서 반목이 싹트고 있다.

최근 나이지리아가 시에라리온에 군대를 파병, 쿠데타를 일으킨 소장파 군부를 축출하고 민간정부를 다시 옹립한 것은 다분히 국내 정치상황의 필요에 의한 것이다.

이는 국내정치일정의 중심을 경제적인 문제에서 국가안보로 돌리는 한편 국내 권력투쟁에 뛰어들려는 군장교들을 밖의 일에 묶어두고 또 군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심각한 부패상과 사회분열 및 인근 서부아프리카 지역의 안정에 미치는 지정학적 중요성 등을 고려할 때 민주주의적 정부를 수립하는 일은 중차대하다. 하지만 서방은 나이지리아에 대한 보다 전면적인 경제제재를 단행할 때 그것이 몰고 올 결과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아바차의 집권이 어떤 형식으로라도 당분간 계속되리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보인다.

〈정리·윤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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