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장도준교수 「한국현대시의 전통과 새로움」

  • 입력 1998년 3월 27일 19시 40분


‘전통의 계승이냐 단절이냐.’

이같은 이분법은 우문(愚問)이다. 전통은 우리네 반만년 역사를 관류하는 미적 동력이다. 과거에 한정된 고정물이 아니라 늘 새로운 요소를 받아들이는 열려 있는 가능성이다. 결코 단절될 수 없으며 현재는 전통이 새로운 자극을 받아 변해가는 것이다.

이는 장도준교수(대구효성가톨릭대 국어국문학)가 새 책 ‘한국 현대시의 전통과 새로움’에서 내세운 전통관.

장교수는 이에 따라 근대 자유시의 연원을 신라 향가와 고려가요에서 찾는다. 향가 등의 자유분방함과 섬세한 감수성은 근대 자유시의 원형질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향가 등의 자유 의식은 온전히 내려왔을까. 아니다. 조선조에는 성리학의 엄격한 형식주의 때문에 드러나지 못했다. 장교수는 근대 자유시는 개화기 때 외래의 자극으로 싹트기 시작, 마치 ‘격세유전(隔世遺傳)’처럼 보인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근대 자유시가 형성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통해 근대의식과 미적 새로움의 의미를 캔다. 이에 따르면 정지용은 전통적 방식의 음악성의 시에서 출발, 근대적 의미의 회화성으로 옮겨갔다.

김기림을 중심으로 한 30년대 모더니즘 운동도 전통적 미의식에 서구의 다다이즘 이미지즘 등을 주사(注射), 우리 시의 지평을 넓힌 움직임. 장교수는 “모더니즘은 우리 문단 자체 내 문제를 넘어서 외래 사조의 영향을 받아 일어난 운동이었다”고 말한다.

반면 1900년대 창가에서 보인 7·5조 율조는 일본의 운율이어서 우리 것으로 자리잡지 못했다. 최남선 등이 작품화했으나 우리의 전통 미의식에 그 원형질이 없어서 정착하지 못했다는 게 장교수의 설명이다.

〈허 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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