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혁의 사이버월드]정부기관 「청소년 해킹」공포

  • 입력 1998년 3월 18일 19시 55분


지난달 26일 미국 국방부의 대변인은 이례적으로 미국 정부의 컴퓨터 시스템에 대한 대규모 해킹사건을 발표하면서 강력한 수사를 펼칠 것이라는 경고성명을 발표했다.

7개의 공군 사이트와 4개의 해군 사이트, 미 항공우주국(NASA)의 일부 사이트가 포함된 이번 해킹사건은 이제까지 펜타곤이 당했던 어떠한 해킹공격보다도 조직적이고 체계적이었다. 그러나 해커는 자료를 훔치거나 시스템을 파괴하지 않고 단순히 시스템에 침입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이로부터 일주일 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이 사건의 용의자로 북캘리포니아의 크로니클이라는 시골 마을에 사는 한 15세의 고등학생을 체포했다. FBI는 마카벨리라는 사용자이름(ID)을 쓰는 이 고교생의 모든 컴퓨터 관련장비를 압수하고 사건의 종결을 선언했다.

이 사건은 그러나 ‘애널라이저(Analyzer)’라는 해커가 등장하면서 다시 미궁에 빠졌다.

애널라이저는 마카벨리가 체포되고 며칠 후 인터넷 접속서비스를 제공하는‘넷덱스(www.netdex.com)’라는 회사의 홈페이지에 침입했다. 그는 “이 사이트는 애널라이저에게 해킹되었다. 나는 마카벨리가 어떤 미국방 시스템도 해킹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해킹했다”라는 글을 띄웠다.

애널라이저의 존재는 컴퓨터 보안조직의 관계자가 마카벨리와 인터넷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이 학생은 자신의 선생이자 현존 최고의 해커로 애널라이저를 지목했다. 애널라이저에 의해 해킹당한 사이트만도 미국 내에 1백여 곳이 넘는다는 것이다. 며칠 뒤 이 관계자는 다시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애널라이저와 접촉했다. 애널라이저는 자신을 18.5세라고 밝히고 일부 기술을 마카벨리에게 알려주기는 했으나 마카벨리는 이번 해킹과 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왜 미국의 정부 시스템을 해킹하는가”라는 질문에 “심심해서”라고 밝힌 이 해커는 자신이 NASA의 연구개발이나 보안방어를 위한 각종 문서를 읽었다는 경험담을 늘어놓았다.

그러자 미국의 일부 언론은 얼마전까지 “인터넷의 위험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자”라는 구호가 이제는 “청소년으로부터 인터넷을 보호하자”라는 구호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는 기사를 실었다.

안진혁(나우콤 C&C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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