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657)

  • 입력 1998년 3월 4일 08시 24분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125〉

오빠와 사비하 사이에 그런 일이 있은 후 오래지 않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누구보다도 슬퍼한 것은 사비하였습니다. 장례식이 끝난 뒤에도 사비하는 꼬박 한 달 동안을 울었습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뒤 그녀는 스스로 목매달아 죽고 말았습니다.

사비하의 돌연한 죽음은 오빠에게 더없는 슬픔이었고 고통이었습니다. 그녀를 정성으로 장례지내 주었습니다만 감당할 수 없는 죄책감으로 오빠는 괴로워했습니다.

사비하의 장례식이 끝나자 오빠는 마구간으로 가 가장 훌륭한 말 한 필을 끌어내었습니다. 말을 끌어낸 뒤에는 보물 창고에서 한 부대의 금화를 꺼내 말 잔등에 실었습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마침내 오빠는 카이로를 향해 말을 몰았습니다. 백부님 댁에 가 있는 저를 찾아오기 위해서 말입니다.

몇 달 동안을 쉬지 않고 말을 달린 끝에 오빠는 마침내 카이로의 백부님 댁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오빠가 도착했을 때 저는 이미 바그다드를 향해 떠난 뒤였습니다. 제가 혼자 몸으로 바그다드로 돌아갔다는 사실을 안 오빠는 걱정이 되어 잠도 이룰 수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이튿날 날이 채 밝기도 전에 오빠는 다시 말을 몰아 바그다드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오빠의 이야기는 이쯤 해 두기로 하고 이제 오빠를 찾아 바그다드로 향했던 제가 어찌 되었는가 하는 데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카이로를 출발한 저는 처음 얼마 동안은 아무 탈없이 여행을 계속했습니다. 낯선 도시나 마을에 이르면 맨 먼저 말에게 물을 마시게 하고 배불리 여물을 먹였습니다. 배불리 먹고 마신 말이 쉬고 있는 동안 저 또한 목을 축이고 배를 채웠습니다. 그리고 다음 귀착지까지 가는 데 필요한 물과 식량을 보충하고 말에게 먹일 여물도 충분히 준비한 다음 다시 출발했습니다. 사람들은 젊은 여행자에게 길을 가르쳐 주는 등 더없이 친절했으므로 저의 여행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여행은 점점 더 힘들어졌습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말을 몰았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라고는 오직 끝없는 황무지뿐이었고, 황무지 위로 쏟아지는 뜨거운 태양볕과 모랫바람뿐이었습니다. 따라서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말은 지쳐갔고 저 또한 지쳐갔습니다. 그러던 끝에 마침내 저는 길을 잃어버렸고 완전히 방향감각도 상실하고 말았습니다.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그 먼 여행길을 혼자 나선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였습니다.

“자비로우신 알라시여! 저를 이 사막에서 벗어나게 하셔서 단 한번만이라도 오빠의 얼굴을 볼 수 있게 해주소서.”

끝없이 펼쳐진 사막에서 방향을 잃고 헤매던 저는 이렇게 외쳤습니다.

날이 저물자 저는 하룻밤을 묵어갈 생각으로 바위 동굴 속으로 찾아들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찾아든 동굴은 겉에서 보면 그저 평범한 동굴 같았습니다만 안으로 들어갈수록 넓어지고 웅성거리는 사람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는 등 예사로운 동굴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으므로 말을 바위 뒤에다 감추어 두고 살금살금 안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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