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진/절약운동의 得失

  • 입력 1998년 3월 2일 08시 10분


한국 시민단체들이 전개하는 소비절약 운동을 바라보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눈길이 심상치 않다. 최근 한국을 다녀간 윌리엄 데일리 미국 상무장관은 “한국에서 미국산 자동차를 몰고 다니다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 외제 상품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가 여전하다”고 지적하고 통상압력 가능성을 경고했다.

EU 역시 민감하다. EU는 역내(域內) 국가가 생산하는 화장품과 주류 수출량이 80% 가량 줄어들자 한국 상품의 대 EU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임을 시사했다.

최근 수입품 소비가 눈에 띄게 줄었다. 1월 수입승용차 판매는 전년 동월보다 76.1% 감소했다. EU산이 86.9%, 미국산이 65% 줄었다. 반면 지난해 12월 대미 무역수지는 1억1천2백만달러 흑자로 94년 6월 이후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해 미국 업계가 예민해지고 있다.

최근 한 주유소는 “외제차에는 기름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해 해외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교역국들은 한국민이 어려운 시대를 살아남기 위해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에너지절약이나 사치와 낭비 자제를 무조건 수입배격으로 간주해서는 곤란하다.

그러나 집단적으로 외제배격 캠페인을 벌여 우리의 주력시장인 미국 등을 자극하는 것도 슬기롭지 못하다. 지나친 소비절약 운동은 소비자들을 더욱 가난하게 만들기도 한다. 내수 위축과 성장 둔화, 실업 증가를 연쇄적으로 불러오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일감이 모자라 2만여명이 사실상 휴직 상태이고 급여의 3분의 1이 깎였다.

소비절약과 국산품애용운동이 수출장애와 산업위축의 부메랑으로 돌아오지 않도록 배려하는 슬기가 필요한 때다.

이 진<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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