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김종식/한국인과 마오리族

  • 입력 1998년 2월 18일 09시 19분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부르는 연가(戀歌)는 뉴질랜드 원주민들이 6.25 전쟁에 참전하면서 한국에 전파되었다.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으로 시작되는 노래의 원명은 ‘포카레카레아나’, 우리 말로는 ‘영원한 밤의 우정’이라는 뜻이다. 연가의 무대가 된 로터루아 호수는 주변 도시와 어울려 한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바로 이 호수 중앙에 있는 모코이아라는 무인도에서 투타네카이라는 여인은 반대 부족의 귀족 청년 히네모아를 그리워하며 밤마다 연가를 부른 것으로 전해진다.아름다운 마오리 여인이 별빛 아래서 부르는 구성진 노래는 두 부족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하였다. 마침내 두 부족은 사랑하는 남녀에게 결혼을 허용하였고 그후 화친을 이뤄 오늘날까지 이어오고 있다. 지금도 오클랜드박물관 1층에 가면 이들의 초상화를볼수 있다. 로터루아 호수는 한국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휴양지다. 주변에 노천온천과 간헐천이 널려 있어 그야말로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면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 시대를 맞이한 요즘 한국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겨 폐장위기에 처해 있을 정도다. 마오리족의 민요가 한국인의 가슴 속에 깊숙이 자리잡게 된 것은 그들이 우리와 같은 혈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들은 음력을 사용하고 달을 사랑하는 민족이다. 마오리 전설에 보름달이 물을 마시러 내려왔다가 로나라는 아름다운 여인을 발견했다고 한다. 달은 여인의 허리를 껴안은 채 하늘로 올라가려 했지만 로나가 나뭇가지를 붙잡고 발버둥치는 바람에 달나라에는 오늘날도 나뭇가지를 잡은 슬픈 여인이 있다고 전해져 온다. 마오리족의 갓난아기는 태어나면 엉덩이에 몽골반점이 있다. 그들은 삶은 옥수수와 고구마를 먹을 때 평상에 앉거나 아예 땅바닥에 주저앉는다. 덕분에 우리는 김치와 플라스틱 돗자리를 수출하기도 한다. 뉴질랜드 마오리족은 그들이 하늘에서 내려온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설화일 뿐 그 뿌리는 아시아임이 분명하다. 뉴질랜드에 이주한 한국인 이민자는 1만여명. 머지않아 마오리족과 한인 교포가 어울려 어른들은 씨름을 하고 아이들은 손잡고 놀 날이 올지도 모른다. 김종식(대한무역진흥공사 오클랜드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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