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금동근/「명품」없는 한국상품

  • 입력 1998년 2월 9일 20시 15분


프랑스의 샤넬, 이탈리아의 구치, 영국의 버버리…. 이들의 공통점은? 세계적으로 고급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확고하게 구축한 각국의 ‘대표선수’들이라는 것. 그렇다면 한국의 ‘대표선수’는? ‘없다’라고 하면 너무 단정적일까. 하지만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측의 최근 고민을 들여다보면 이같은 결론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이 백화점의 명품관은 세계 각국의 내로라하는 고급 브랜드만 입점(入店)해 있는 것으로 유명한 곳. 업계에서는 이곳에 입점만 하면 ‘고급’이라는 명성을 저절로 얻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을 정도다. 백화점측은 지난해말 6개 브랜드가 매장을 철수하겠다고 알려옴에 따라 국산 브랜드로 채우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경쟁력 있는 국산 브랜드가 눈에 띄지 않아 목하 고민중이다. 지금까지 국내의 내로라하는 브랜드 20여개가 명함을 내밀었지만 백화점측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게다가 국내 최상급으로 알려진 모디자이너의 브랜드가 과거입점을 한 적이 있지만 5년도 못넘겨 철수한 ‘전력’이 있어 백화점측은 더더욱 선정에 애를 먹고 있다. 백화점측은 하는 수 없이 한복이나 도자기처럼 한국 고유의 제품으로 눈을 돌려보지만 사정은 역시 마찬가지. 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외국손님에게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국산 브랜드를 찾기가 이렇게 힘든지 몰랐다”고 털어놨다. 국내 브랜드의 고급화전략이 이처럼 실패한 원인은 외국 유명 브랜드들은 일관된 이미지 구축을 위해 수십년간 공을 들이는데 반해 한국의 고급브랜드들은 그때그때 유행을 너무 민감하게 따라가기 때문. 또 외국 고급브랜드의 경우 ‘국가 차원’에서 지원을 해주지만 우리는 고작 ‘특정 기업수준’에 머무는 것도 또다른 요인이다. 〈금동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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