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리뷰]TV 설차림상 「그 나물에 그 밥」

  • 입력 1998년 2월 2일 07시 41분


사흘간의 설연휴 동안 으레 다녀오는 설나들이외에 특별히 갈 데도 없는 사람들은 구들장과 TV를 벗삼아 시간을 죽였다. ‘대목’을 맞아 TV3사의 4개 채널은 종일방송을 마련했건만 이번 특집 프로들은 예년에 비해 한층 썰렁했다는 것이 사흘 동안 TV를 끼고 살다시피 했던 사람들의 중론이다. 올해는 국제통화기금(IMF)한파 탓인지 할리우드영화에 비해 수입단가가 낮은 홍콩영화들이 집중 방송됐다. ‘오복성’‘쾌찬차’‘미라클’‘동방불패2’‘천녀유혼3’…. SBS의 ‘맹룡과강’‘당산대형’ 등 이소룡의 팬이라면 반색했을 액션영화도 있었지만 대부분 오래된 영화이거나 홍콩 액션스타의 초기 출연작인데다 그마저 TV에서 몇번씩 방송된 것들이어서 PC통신에서는 “왜 연휴만 되면 TV에는 저질홍콩영화들이 판을 치느냐”는 비난이 오르기도 했다. 한국 영화 재탕삼탕도 마찬가지여서 ‘닥터봉’‘투캅스’‘장군의 아들’‘가슴달린 남자’ 등 연휴만 되면 등장하는 단골영화들이 이번에도 예외없이 재방송됐다. 연휴 때 TV의 재방송은 자주 있었던 일이지만 해도 너무했다는 집중포화를 받았던 재방송은 KBS 2TV의 ‘H.O.T 설날특집쇼’였다. 지난해 내보냈던 ‘빅쇼’의 재방송인데도 이를 밝히지 않고 ‘설날특집쇼’로 내걸어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PC통신에서는 특히 “10대 위주의 프로그램이 문제가 많다고 모조리 없애면서 정작 자기들이 급할 때는 10대 댄스가수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처사가 한심하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올해 TV의 설차림상이 빈약했던 데에는 IMF한파의 영향이 크다. 제작비 절감이 지상목표이다보니 지출이 따를 수밖에 없는 ‘정성’은 줄이고 무성의한 재방송에 의존한 것이다. 그러나 IMF위기는 뒤집어 생각하면 우울한 시대에 더욱 빛나는 인간적인 가치들을 조명해 보는 훌륭한 드라마소재가 될수도 있다. 아쉽게도 TV3사가 마련한 설특집극 가운데에는 이를 담아내는 발빠른 기획이 부족했다. KBS의 ‘귀향, 그 짧은 이야기’의 경우 의욕적인 시도는 좋았지만 중반 이후의 작위적인 전개가 다소 거슬렸다. 특집 프로가 부실해서인지 시청률 수위에 오른 프로는 대부분 정규 프로들이었다. 연휴 동안 30% 이상의 시청률을 올린 프로는 29일 KBS 1TV의 일일극 ‘정 때문에’와 ‘9시뉴스’‘스포츠뉴스’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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