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갈등 탐구]사회적 가면을 벗어던져라

  • 입력 1998년 1월 14일 18시 08분


30대 후반 김과장은 사람 좋기로 소문나 있다. 모두 그의 인간성을 칭찬한다. 아내만 빼고. 그는 자기를 못돼먹은 인간으로 치부하는 아내를 이해하지 못한다. 아내 역시 상냥하고 너그럽고 교양있는 여자라는 칭찬에 익숙해 있다. 남편만 빼고. 그녀는 자기를 히스테리컬한 여자라고 주장하는 남편을 이해할 수 없다. 당연히 두사람은 결혼생활의 모든 갈등원인을 상대방에게 전가해 원망을 품은 채 살아 간다. 분노의 감정은 또다른 갈등으로 이어지고 결혼생활은 악순환의 연속이다. 사람의 마음은 여러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그 중 현실생활에 적응해 나가는 부분을 ‘페르소나’라고 한다. 정신의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의 이론에 따른 것으로 일종의 사회적 가면을 의미한다. 페르소나에 의해 우리는 현실적 요구와 내적 요구 사이에 균형을 찾는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 속에는 또한 ‘본능’(융에 따르면 그림자)이 있어 진짜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을 충족시켜 달라고 끊임없이 애원한다. 이것은 참고 기다리는 힘이 약하다. 즉각적 만족을 원한다. 우리는 사회생활에서 살아남기 위해 밖에서 줄곧 딱딱한 페르소나로 자신을 뒤덮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단 집에 돌아오면 ‘그림자’의 힘이 훨씬 커진다. 덕분에 밖에서는 교양있다는 사람도 집에서는 아주 낮은 점수밖에 받지 못한다. 밖에서 남들에게 쏟았던 것을 집에서 배우자가 충족시켜 주기만 바라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상대방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불평한다. ‘배우자는 내가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비춰주는 거울이다’는 말이 있다. 되새겨 보자. 양창순(서울백제병원 신경정신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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