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육사「벽」 허문 강유미양의 우먼파워

  • 입력 1997년 12월 24일 20시 14분


▼국방부나 육군본부 등에서 주로 타자수와 비서직으로 근무하던 여군장교들에게 보병 정훈 등 14개 병과가 개방된 것은 지난 90년부터다. 휴전 이후 줄곧 60여명선을 유지해 오던 여군장교가 이때부터 급격히 늘어나 지금은 8백여명, 그중 전투병과에 근무하는 장교만도 1백여명이나 된다. 그러나 미국에 비하면 우리 여성의 군 진출은 아직 괄목할 만한 것이 못된다 ▼미국의 여성장교 수는 약 3만명. 88년에는 여군에 금지했던 군내 보직 4천여개를 개방해 지금은 여군이 최신예 전투기를 조종하고 작전중인 전투함에도 승선한다. 어디를 가나 여성장교들이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다. 작년에는 해병대에서 첫 여성 3성장군이 탄생했다. 그러나 미 육군사관학교가 여성의 입교를 허용한 것은 겨우 지난 76년이었다. 남녀평등의 물결에 떼밀려 개교 1백74년만에 금녀(禁女)의 벽을 허물었다 ▼우리나라 육군사관학교는 올해 처음 여성 응시를 허용했다. 그 첫 입학시험에서 현역 중령의 딸인 강유미(姜有美)양이 수석을 차지해 화제다. 강양은 육사를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없고 무한히 발전할 수 있는 곳으로 판단해 지원했다고 말했다. 두꺼운 벽으로 둘러싸인 남자만의 세계에 당당히 입성한 여성의 기백이 돋보인다. 성(性)의 벽에 과감히 도전, 마침내는 그것을 허물어 버리는 젊은 우먼 파워가 실감난다 ▼최근의 걸프전같은 최첨단 무기가 동원되는 전쟁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 현대전은 컴퓨터가 주된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돌격 앞으로」를 외치던 재래전과는 다르다. 남녀간의 체력차이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오히려 용의주도하고 섬세한 여성의 특성을 더욱 필요로 하는 시대다. 군의 발전과 전투력 향상을 위해서도 여성의 역할은 확대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