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정부대책-전망]「국가부도 막기」외화확보 총력

  • 입력 1997년 12월 24일 08시 07분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구의 달러 지원에도 불구하고 외환 불안이 계속되면서 한국경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금융계에선 대외지불유예―정지(모라토리엄)도 남의 일이 아니라고 우려한다. 한편 재정경제원 등 정부 당국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말은 하지만 현재의 상황이 위급하다는 점을 강력히 부인하지는 못하고 있다. 모라토리엄이 선언되면 한국 경제는 대외거래가 사실상 중단되며 당분간 자급자족체제로 살아야 한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고통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당선자와 재경원 및 금융계는 국가부도를 막기 위해 그야말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 정부 대책 ▼ 재경원은 23일 외국은행 국내지점이 국내 시중은행에 빌려준 외화채권에 지급보증을 해주고 일본 금융기관에 대출만기 연장을 요청하기로 했다. 재경원 관계자는 『2백억달러 한도 내에서 국내금융기관의 외채를 정부가 지급보증한다는 내용의 동의안이 22일 임시국회를 통과한 만큼 우선 국내진출 외국계 은행 지점들이 국내 금융기관에 제공한 외화대출금의 만기연장때 지급보증을 해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재경원은 또 외국 금융계가 불안해 하지 않도록 IMF를 비롯한 국제금융기구의 자금지원 일정을 앞당기고 금액도 증액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미국과 일본 정부에 IMF 개별회원국 입장에서 지원하기로 한 50억달러와 1백억달러를 조기에 지원해주도록 여러 채널을 통해 요청하고 있다. 또 시티은행 체이스맨해튼은행 등 해외 금융기관에서 상업차관을 도입하고 단기국채의 해외매각을 서두르기로 했다. 국내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우량 해외자산도 조기에 매각하여 단기외채를 갚는 데 쓰도록 독려할 방침이다. 재경원 관계자는 『현재 무역 및 무역외 수지가 계속 흑자 기조를 나타내는 등 경상수지 흑자 추세가 정착되고 있으며 22일 만기가 된 26억달러 중 외환보유고로 결제한 금액이 9억달러에 그치는 등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외환위기의 현주소 ▼ 재경원은 현재의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16일부터 연말까지가 만기인 외채가 대략 1백46억달러. 그런데 IMF에서 90억달러가 이미 들어왔고 세계은행(IBRD)과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각각 30억달러와 20억달러가 연내에 들어오는 등 총 1백40억달러가 확보된다는 것. 한국은행 외환보유고도 16일 현재 64억달러여서 외채상환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 내년 1월중에도 1백억달러의 외채가 만기가 되지만 경상수지 개선, 국내은행 신규차입, 단기국채 매각, 외국은행 상업차관, 외국은행 국내지점의 외화대출 상환연장 등을 감안할 때 지급불능 상황까지 가지는 않는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내년 1월에 들어올 IMF 지원금은 20억달러에 불과해 절대액이 부족한 실정이다. ▼ 전망 ▼ 외환딜러들은 『우리나라가 당분간 상환해야 할 외채규모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한 「괜찮다」는 정부의 말은 믿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외환딜러들은 『특히 정부가 IMF 구제금융 신청 이후 내놓은 외환시장 안정대책도 대부분 실기(失機)한 것』이라면서 『정부의 대응능력 미흡도 불안감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계 은행의 한 딜러는 『올 연말을 무사히 넘기더라도 외화자금 수급이 개선될 요소는 거의 없다』고 예상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도 『내년 3월 이전에는 은행의 자금차입 여건이 개선되기 어렵다』면서 『이때까지는 정부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김당선자가 경제외교력을 발휘, 미국과 IMF 등의 전폭적인 지원을 얻어내는 것만이 외환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라고 지적했다. 외환 수요의 경우 기업체의 연말 결제자금 수요가 적지 않은 데다 종합금융사 등 금융기관들이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를 사들여 해외 금융기관에 외화자금을 상환하고 있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종금사들은 23일에도 외환시장에서 1억3천만달러를 매입했다. 외환 공급을 보면 은행들은 해외 금융기관의 상환 요구 때문에 달러화를 시장에 내놓지 못하고 있고 대기업들도 달러화 공급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외환 위기의 타개 여부는 대외 신인도 회복과 미국 일본 및 IMF 등의 지원에 달려 있다. 〈임규진·천광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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