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갈등 탐구/재산상속과 노후]공동분배,갈등 가능성

  • 입력 1997년 11월 27일 07시 54분


저소득층 노인 대상인 모 요양소에 박씨 할머니(71)가 있다.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을 때 남편 명의의 재산이 주로 장남에게 가고 장남과 함께 살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차남과 두 딸이 소송을 내 법정상속분에 따라 재산이 분배됐고 할머니는 자기 몫으로 홀로 살게 됐다. 그 뒤 자주 아프면서 생활비도 모자랐다. 몫이 더 많지 않으니 다른 형제보다 더 해줄 의무가 없다는 태도인 자식들의 눈치를 보며 2년 넘게 이집 저집 전전하다 요양소에 들어왔다. 죽고 난 뒤 홀로 남을 배우자를 염려하지 않는 부부는 없다. 대개 여자가 오래 사는 까닭에 걱정은 주로 남편 몫이다. 문제는 배우자에 대한 배려가 「현실」 보다는 「규범」의 틀 속에서 이뤄지는 데 있다. 남자들은 특히 아들에게 재산을 물려줌으로써 아내의 노후를 보장하려 한다. 장남의 권리와 의무가 무력화된 요즘에는 생전에 자식들의 의사를 타진, 확인받거나 특정 자식에게 많은 재산을 물려주는 방법을 쓴다. 그러나 자식들의 동등한 재산상속권을 보장하는 현행 상속법 아래 이 방식은 자식들간 분쟁을 야기할 수 있다. 게다가 집 한 채 정도가 고작인 우리나라 중산층의 경제적 현실과 결국 누구도 책임지지 않게 되는 동등의무규정의 허상을 감안할 때 별 효과도 없다. 자식은 배우자의 대신이 되지 못한다. 노인 부양에는 장기간에 걸쳐 돈과 시간이 요구되기 때문에 자식도 한결같이 대하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는 가족주의의 이상에 젖기 쉽다. 그러나 가족간에도 최소한의 이해관계는 존재한다. 여기에는 반드시 경제적 이해가 있으며 부부 중 어느 한쪽이 사망하는 시점에 첨예하게 드러난다. 결국 주어진 상황의 실체를 파악, 합리적이고 효과적 방법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최혜경(이화여대 가정관리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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