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주택]최두남/청담동 샘터화랑

  • 입력 1997년 11월 24일 07시 40분


도심에서의 주거 개념이 점점 바뀌고 있다. 아파트문화가 어느덧 자리함에 따라 전통적인 주거만의 개념을 떠나 주거공간과 사무 혹은 상업공간의 합병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주상복합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다.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샘터화랑은 전시공간과 주거공간이 한 건물안에 어우러지는 프로그램 안에서 계획됐다. 지하 1층 지상 7층인 이 건물은 4층까지는 화랑과 전시실 등으로 채워져 있으며 5층부터 7층까지는 화랑주인인 건축주가 생활하는 주거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5층부터 사선제한으로 면적이 축소돼 불가피하게 80여평에 이르는 주거가 3개 층에 나뉘어 배치됐다. 건물의 주진입층인 2층에서 엘리베이터 혹은 외부계단을 이용해 주거의 시작인 5층에 오르면 전통주거의 앞마당에 해당하는 큼직한 발코니가 소나무 두그루를 안은 채 사람을 맞이한다. 진입층에는 거실 주방 손님방이 있으며 2개 층 높이의 거실 앞쪽으로 난 계단을 따라 6층에 오르면 각기 다른 도심의 경관을 바라보며 자녀방들이 자리하고 있다. 상층부인 7층에는 거실과 침실이 한 공간에서 연결되는 호텔의 스위트홈개념으로 주인방이 마련돼 있다. 샘터화랑 설계에 있어 주안점은 주거공간과 상업공간간 상반되지 않은 매스 설정과 자연스러운 동선의 분리 및 유도, 그리고 성격이 다른 두 공간이 공유할 수 있는 공간과 반대로 두 공간을 분리하는 제3의 공간 설정 등에 뒀다. 실제 건물에 있어 전자는 두 공간을 수직으로 묶어주는 건물 안의 중정(中庭)으로 나타나고 후자는 주거를 하층의 상업공간과 분리하는 주거 앞의 발코니 형태로 나타나 있다. 주거 내부설계에 있어 최대한도로 조절된 채광 및 자연환기에 의한 교차통풍을 통해 항상 밝고 쾌적한 실내환경을 조성하고자 배려했다. 또 창문의 크기 및 위치 조정을 통해 장소에 따라 외부경관을 시선에 의한 높이 조절이 가능하게 함으로써 의도적인 구성 안에서 경험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번 설계에 있어 가장 큰 주안점은 외부공간을 내부공간으로 적극적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전통주거의 바탕인 땅을 떠난 주거의 공백을 자연스럽게 메우려는 시도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샘터화랑에서의 주거공간이 땅을 만나는 자리에서 하늘을 만나는 자리로 바뀌어 있는데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최두남<최두남건축사무소 대표> ▼약력 △UC 버클리대, 하버드 대학원 건축과 △밀라노 트리날레 서울전시관 설계자문위원 △코리안잡지 선정 미래건축가 베스트 10 △샌프란시스코건축재단 선정 젊은 작가상 수상 02―3444―4585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