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4者회담 성공하려면

  • 입력 1997년 11월 23일 19시 53분


내달 9일 제네바에서 열기로 합의한 남북한 미국 중국의 4자회담은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의 말처럼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긴 여정의 시작」에 불과하다. 참가 당사국 모두 본회담 성공을 위해 최대한의 인내와 성의를 보여야함은 물론이다. 그렇지 않으면 한미(韓美)양국이 이 회담을 제의한 이후 19개월 동안 우여곡절을 거쳐 이룬 이번 합의도 아무 소용이 없게 된다. 이번 4자회담은 54년 제네바 정치회담 이후 처음 열리는 한반도 관련 국제회담이어서 역사적 의미가 크다. 참가 당사국들은 무엇보다 남북한간의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으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장치를 마련한다는 이 회담의 본래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 특히 북한이 예비회담에서 의제로 주장한 주한미군이나 북―미(北―美)평화협정체결 문제를 다시 전략적으로 들고 나온다면 회담은 하나마나다. 그러잖아도 북한이 4자회담에 동의하고 나선 것은 지난달 노동당 총비서로 취임한 김정일(金正日)정권이 체제안정을 위한 식량난 해소와 북―미관계를 진전시키려는 데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심지어는 재일(在日) 조총련의 재산 때문에 4자회담을 북―일(北―日)수교의 분위기조성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견해도 있다. 거기에다 북한은 4자회담에 동의하면서도 최근의 간첩단사건에서 보듯 대남(對南)파괴공작에 몰두하는 이중성을 버리지 않고 있다. 북한은 4자회담에서도 한국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배제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4자회담의 실질 당사자는 남북한이다.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도 결국 남북한이 체결하며 미국이나 중국은 그 협정을 지지하고 보증하는 국가일 뿐이다. 더구나 남북관계의 진전은 북―미, 북―일관계 진전의 전제가 된다. 북한은 자신들의 어려운 처지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나라가 한국임을 인정하고 성실하게 회담장에 나와야 한다. 미국과 일본 중국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북한과 각자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북한과의 이같은 개별관계는 경우에 따라 급속도로 진전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서로가 대북(對北)관계에 적절한 수위조절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한반도 전체의 안정에 해(害)가 된다. 정부는 북한이 4자회담에 진지한 자세로 나오도록 우방들과의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하는 데 외교적 노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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