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유종성/경제난 극복 국민이 나서자

  • 입력 1997년 11월 20일 20시 24분


한국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최악의 위기상황이다. 대기업의 연쇄부도에 이어 이제는 금융기관의 부도까지 염려되고 있다. 더구나 날로 심각해지는 외환위기로 멕시코나 태국과 같은 「국가부도」의 사태까지 우려되고 있다. ▼ 정부 탓하기엔 너무늦어 ▼ 한 해 전만 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을 계기로 선진국이 되었다는 장밋빛 환상에 젖어 있었으나 이제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고 경제주권의 상당부분을 「신탁통치」에 넘기지 않으면 안될 치욕적인 상황으로 돌입하고 있다. 한국경제가 이 지경이 된 데에는 무엇보다 정부의 책임이 크다. 성급한 OECD가입과 무분별한 「세계화」구호의 남발은 해외여행의 급격한 증가와 과소비풍조의 확산을 가져왔으며 금년 들어 대기업의 연쇄부도가 이어지는데도 지나치게 안이하게 대응해왔다. 특히 기아사태를 장기간 방치하고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무리하게 추진함으로써 위기를 심화시켰다. 기업의 책임도 크다. 재벌 등 대기업들이 94, 95년의 호황기에 구조조정의 노력없이 방만한 차입경영과 무리한 과잉투자를 저질러오다가 부도의 도미노에 빠지고 말았다. 또 최근에는 마치 금융실명제가 경제위기의 근본원인인 것처럼 호도하며 실명제의 사실상 폐지를 주장하는 등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에 급급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제 우리가 맞고 있는 위기는 너무나 심각하기 때문에 정부나 기업만을 탓하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국민 모두가 고통을 분담하여 위기극복에 나서야 한다. 먼저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달러 사재기를 하는 몰상식한 행동은 지양돼야 한다. 오히려 누구든지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 달러가 있으면 이를 은행에 빨리 팔아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를 높이는데 협조해야 할 것이다. 해외여행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꼭 필요한 여행시에도 달러를 아껴써야 한다. 올 들어 9월말까지 여행수지 적자가 25억달러에 달한다고 하니 심각하게 생각해볼 일이다. 이쯤 되면 당분간은 신혼여행도 국내여행으로 만족하는 것은 어떨지 권유해보고 싶다. 무분별한 조기유학 해외어학연수 등도 자제해야 할 때가 온 것같다. 각종 사치성 수입품의 소비도 줄여야 할 것이다. 최근 들어 전체적으로 수입이 줄고 있지만 스키용품 초대형냉장고 보석 및 귀금속제품 등 일부 사치품의 수입은 오히려 늘고 있다고 한다. 모피수입은 세계 제1위라고 하니 부끄러운 일이다. 양담배와 양주도 피우지 말고 마시지 않는 운동을 벌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수입품 소비 줄여가야 ▼ 에너지 소비도 줄여야 한다. 오는 12월 일본에서 기후변화협약 제3차 당사국 총회가 열려 전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 현상을 막기 위한 에너지 소비의 감축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지만 우리나라는 에너지소비증가율이 세계 5위에 달하고 있다. 지구환경을 위해서도, 외화의 절약을 위해서도 가급적 대중교통수단을 많이 이용하고 자동차를 사더라도 작은 차를 이용하는 등 에너지 소비절약에 국민들이 앞장서야 할 것같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원화값의 평가절하로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 아래로 떨어질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특히 과소비와 사치를 선도하는 일부 특수층이 자성해야 한다. 기업들도 호화사치품의 수입을 줄이고 수입상품의 소비를 부추기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 경실련은 뜻을 같이하는 시민사회단체 종교단체와 함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범국민운동을 전개하고자 한다. 이 운동에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바라며 특히 언론과 기업인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기대한다. 유종성(경실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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