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수능시험과 「공교육 살리기」

  • 입력 1997년 11월 20일 20시 24분


대입 수능시험은 수험생들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돌파해야 할 관문이다. 현 입시제도 아래서는 수능시험 성적에 따라 진학 가능한 대학이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입시경쟁이 치열한 곳에 어김없이 따라다니는 것이 과외다. 수능시험에는 고액과외가 특히 기승을 부린다. 자식의 장래가 결정되는 중요한 시험인지라 학부모들은 과외의 유혹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수능과외는 전년도 수능시험이 어렵게 출제될수록 성행한다. 난이도 높은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교과서 중심의 학교 공부만으로는 힘들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전반적으로 과외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과외를 줄이려면 수능시험 난이도를 크게 낮추면 될 것 같지만 그렇다고 문제를 마냥 쉽게 출제할 수도 없다. 수능시험의 목적이 학생 개개인의 수학능력 차이를 가리는 데 있는 만큼 변별력을 상실한 시험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올 수능시험은 교과서를 중심으로 지난해보다 쉽게 출제돼 수능과외가 별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사교육비 절감방안으로 시작된 위성과외도 주로 고난도의 문제를 해설했던 탓에 수험생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교과서를 중심으로 출제됐다는 것은 학교교육의 정상화와 과외 완화를 도모하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출제당국도 이 점에 상당히 신경을 쓴 듯하다. ▼하지만 앞으로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올해는 쉽게 출제됐다지만 내년에는 어떻게 바뀔지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해마다 들쭉날쭉 난이도가 다르다면 수험생들은 만약을 위해 과외를 할 수밖에 없다. 내년에는 수능시험 출제업무가 새로 생기는 교육과정평가원으로 넘어간다. 이곳이 「일정 수준의 난이도 유지」와 「공교육 살리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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