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단기대책이 더 급하다

  • 입력 1997년 11월 20일 20시 24분


정부가 19일 발표한 금융시장안정대책은 금융개혁에 시동을 거는 획기적인 내용이다. 우리 경제의 신뢰도를 회복하는 데도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그러나 지나치게 중장기대책에 치우쳐 현재의 긴박한 외환위기를 수습하기엔 미흡하다. 외국 정부와 투자자들은 이번 금융대책에 부정적이거나 관망적이다. 대책 발표 다음날에도 환율이 폭등하고 주가는 급락했다. 단기 외화확보대책이 없고서는 금융시장안정이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최근의 환율폭등은 외환보유고 감소와 종금사의 외화부족, 신용추락에 따른 외화차입 애로에 원인이 있다. 따라서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려면 외국투자자들이 안심할 정도로 외화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정부는 국채발행 및 한국은행의 외국계은행에 대한 환매조건부 외화매입 확대, 채권시장 조기개방, 우량공기업을 통한 차입 대책을 내놓았다. 수개월의 시일이 소요되는 이런 방안으로 당장의 환율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단기 외화조달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 외환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여의찮다면 한국은행이 직접 해외금융기관이나 국제결제은행(BIS)과 접촉해 외화를 빌려오는 방안을 적극 강구할 필요가 있다. 최후의 수단으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방안까지도 검토해야 한다. 어물어물하다가 때를 놓쳐 대가는 대가대로 치르고 더 강도 높은 처방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선 안된다. 좀더 두고 볼 일이지만 외국투자자들의 한국경제에 대한 불안감은 쉽게 해소될 것 같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금융기관간 인수합병(M&A)과 금융부실자산 정리의 본격 추진을 골자로 한 금융산업구조조정 대책은 빅뱅식 금융개혁의 신호탄이다. 정부의 강력한 개혁의지가 있더라도 제도가 뒷받침하지 않으면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 각 정당은 국회를 다시 소집해 반드시 연내에 금융개혁법안을 처리하기 바란다. 정부와 국회는 금융산업개편에 따르는 인원정리가 용이하도록 법령을 손질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실업대책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국내 금융시장의 자금경색 현상을 해소하는 일도 급하다. 통화를 엄청나게 풀어도 금리는 치솟고 기업은 돈 구하기가 갈수록 힘들다. 한은의 총액대출한도를 늘리고 신용보증기금 대출을 확대해 기업을 부도공포에서 해방해 주어야 금융시장이 안정된다는 경제5단체의 주장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무역금융을 한시적으로 부활해 수출을 촉진하고 기업의 현금차관 도입 규제를 완화하는 등 실물경제 회생을 위한 후속조치도 검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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