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 위기경제 어쩌나

  • 입력 1997년 11월 18일 20시 13분


연 이틀 환율이 급등하며 외환거래가 중단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주가는 급등락을 거듭하고 금리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단기금융시장이 마비되면서 부도 망령이 되살아나 기업들을 공포로 몰아넣는 상황이다. 구제금융을 받지 않으면 나라 경제가 부도날 지경인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싸움질로 밤낮을 지샌다. 하루가 급한 금융개혁법안이 정당간의 책임 떠넘기기로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해외신용의 끝없는 추락, 그에 따른 이 심각한 경제위기는 어찌할 것인가. 급속하게 파탄으로 치닫는 경제난을 정부와 정치권은 위기로 생각하지 않는 것같다. 지금 우리 경제는 무정부상태나 다름없다. 정부는 이미 위기관리능력을 상실했으며 속수무책이다. 하루빨리 위기 불감증에서 벗어나 경제난국을 수습하지 않으면 회복불능 상태에 빠질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이다. 무책임하고 무능한 경제팀을 즉각 교체해야 한다. 집권욕에만 매달려 누란(累卵)의 경제위기를 외면하는 정치권도 대오각성해야 한다. 금융개혁법안의 국회처리가 무산됨으로써 앞으로 국가신뢰도에 미칠 영향은 치명적일 것이다. 득표만 의식하고 당리당략(黨利黨略)에 매달려 개혁법안 처리를 외면한 각 정당과 국회는 직무를 유기한 것이다. 개혁법안을 석 달이상 방치하다가 상임위 정족수가 미달한다느니, 시간이 없다느니 하며 뒤로 미룬 끝에 결국 무산시키고 말았다. 정부조직 개편과 함께 추진했어야 할 한국은행법 개정안도 그렇지만 금융감독기구 통합까지를 개혁법안에 끼워 넣어 통과시키려한 정부 책임은 크다. 법안을 통과시켜주지 않으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국회를 위협한 강경식(姜慶植)경제부총리의 태도는 책임회피의 극치다. 한은법개정과 감독기구통합 논란은 누가 봐도 재정경제원과 감독기관간의 밥그릇 싸움이었다. 정치권은 대선을 앞두고 몸사리기에 급급하고 정부와 한은은 부처이기주의에 몰두하는 바람에 개혁은 뒷전으로 밀리고 말았다. 경제가 회생은커녕 갈수록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은 정부의 조정기능 실종과 리더십 부재 때문이다. 지금의 경제팀은 경제난의 본질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해 주요 정책에서 실패를 거듭했다. 특히 강부총리는 아집과 감정대립으로 기아사태 수습을 석 달 이상 지연시킴으로써 극심한 금융혼란과 금융기관 해외신용 추락을 초래했다. 기초가 튼튼해 외환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큰소리치던 정부는 지금 외환시장 통제기능을 잃고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얻어와야 한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 강부총리 경제팀으로는 위기타개가 어렵다. 바꿔야 한다. 본란은 지난 여름부터 경제팀 교체를 강력 촉구해 왔다. 그러나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며 외면해 지금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이 아닌가. 임기가 석 달밖에 안남았다고 할 것이 아니라 「석 달이나」 남았음을 알아야 한다. 새 경제팀이 들어서서 하다못해 급한 불이라도 끄고 다음 정권에 짐을 넘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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