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수돗물서 나오는 병원균

  • 입력 1997년 11월 4일 19시 53분


▼레이건 미국대통령이 지난 83년 방한했을 때 공수해 온 물을 마신다는 이야기가 동정(動靜)기사 속에 짤막하게 실린 일이 있다. 에비앙이란 이름이 생소하지는 않았지만 그때만 해도 국민 대부분이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던 시절이어서 노인의 호사(豪奢)쯤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그러나 90년대로 접어들면서 우리 수돗물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은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그 결과 수돗물을 그냥 마시는 가정이 급격하게 줄고 생수나 약수의 음용비율이 크게 늘었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수돗물을 끓이거나 자가정수하지 않은 채 그대로 마신다고 대답한 가정은 95년 이미 8%대로 내려섰는가 하면 생수나 약수를 마신다는 가정이 6%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국내 생수시장은 지난해 1천7백억원 규모로 94년 시판허용 이후 해마다 30% 이상씩 신장하고 있다. ▼수돗물이 이처럼 불신받기에 이른 것은 우리의 입맛이 고급이 되어서는 아니다. 환경 연구단체들이 내놓은 조사수치는 하나같이 수돗물의 발암위험 등 오염실태를 전하고 있다. 상수원의 오염이 심해지고 하수관이 5m마다 한군데 꼴로 파손되어 서울 지하수의 16%가 허드렛물로도 쓰기 어려울 정도로 오염되고 상수도관의 20%가 낡아 그 곳으로 오염된 지하수가 스며든다는 등의 실태보고는 수돗물을 마시기 두렵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런 터에 수도권 11개지역 수돗물에서 장염과 뇌수막염 등의 원인균 엔테로바이러스를 검출했다는 한 미생물학교수의 조사보고는 충격적이다. 지난 96년 수돗물논쟁 때 서울시가 그랬듯이 환경부는 즉각 「안전」을 강변하고 나섰지만 이쯤이면 해명보다 실태규명과 대책이 급하다. 금수강산(錦繡江山)은 이미 옛말일런가. 선진국들의 철저한 수질관리노력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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