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中 「新시대」와 한반도

  • 입력 1997년 10월 30일 19시 47분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과 장쩌민(江澤民)중국국가주석은 29일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상호 협력을 통한 공존의 신(新)시대를 열어가기로 합의했다. 중국의 인권문제를 비롯한 몇몇 현안들에 이견(異見)을 보이기도 했지만 21세기를 향한 동반자적 관계를 양국관계의 대원칙으로 설정한 것은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양국이 한반도를 비롯한 지역정세의 안정을 위해 상호 긴밀한 협의를 해나가기로 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양국은 베이징(北京)과 워싱턴간에 핫라인(직통전화)을 설치하고 국방장관과 고위 군 지휘관의 상호 방문 등을 통해 유사시 군사 및 전략적 협력을 도모하기로 했다. 또 중국이 이란 등 제삼국에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는 대신 미국 원자력산업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도 양국간의 핵협력이라는 차원에서 주목된다. 이러한 합의들은 한반도는 물론 세계 평화와 안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두 나라 정상은 북한의 4자회담 참여나 식량문제 등 한반도의 현안에 깊은 관심을 표시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회담 직후 장주석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양국이 북한의 4자회담 참여를 촉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북한의 식량문제를 논의하면서 한반도에서 위기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두 나라가 협력하기로 했다고 백악관측은 전했다. 북한이 이같은 두 나라 정상의 합의나 관심을 가볍게 여긴다면 그들이 추구하는 미국과의 관계개선은 물론 중국과의 기존 우호관계 강화 또한 이루기 어렵다. 더욱 힘든 외교환경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문제에 어떤 인식을 갖고 공존의 신시대를 열어가려 하는지, 평양당국은 이를 냉철히 판단하고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를 수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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