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환율 초비상

  • 입력 1997년 10월 30일 19시 47분


환율이 연사흘 상승제한폭까지 치솟아 거래가 중단되는 등 외환시장이 마비 직전이다. 달러당 환율이 1천원에 육박하고 주가는 곤두박질, 증시와 외환시장 불안이 금융공황을 방불케 한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환율을 안정시키겠다고 선언하고 시장개입에 나선 것은 당연하다. 여건이 어렵긴 하나 경제 규모나 개방정도로 보아 우리 외환시장이 붕괴할 만큼 취약하지는 않다. 정부는 시장의 심리적 불안을 씻는 데 총력을 기울일 때다. 대기업부도 금융혼란 장기불황에다 동남아 외환위기의 파장이 엄습함으로써 국내 주식 및 외환시장은 상상 밖의 초비상 상태에 빠졌다. 정부가 대내외 금융상황에 안이하게 대처해 불안심리를 차단하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 늦었지만 정부가 외환보유고와 한은의 예탁외화자산 등 5백90억달러를 활용해 시장에 적극 개입키로 함으로써 환율방어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외환당국은 환율방어 의지를 확실하게 표명하면서 일관성있는 정책으로 투자자와 외환시장 참여자의 불안심리를 진정시키는 게 급선무다. 정책에 대한 불신감도 증시와 외환시장불안을 가중시켰다. 갈피를 못잡고 장기화한 대기업 부도사태와 지지부진한 금융개혁 기업구조조정 규제철폐 등은 한국경제 전반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 외국 주식투자자와 금융기관의 한국시장 이탈은 여기에서 비롯됐다. 금융안정과 실물경제회복 개혁정책의 차질 없는 추진 등 확고한 비전 제시로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를 빨리 회복시켜야 한다. 환차손을 줄이려는 기업과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일반국민의 경쟁적인 달러 매입은 위험천만이다. 살얼음판 같은 외환위기에 가수요까지 가세하면 큰 일이다. 단기적으로 몇푼 벌 수 있을지는 몰라도 외환시장이 파국에 몰리면 국가경제가 결딴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기업이나 국민 모두 이성을 잃지 말고 정부와 함께 외환위기 극복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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