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청소년보호법과 「양심가게」

  • 입력 1997년 10월 23일 19시 40분


▼우리 나라도 휴대전화 가격이 많이 내렸지만 가까운 일본에서는 휴대전화를 구입하는 데 아예 돈이 들지 않는다. 가입비나 전화기값을 따로 받지 않아도 전화회사가 사용료만으로 이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은 너도 나도 휴대전화를 소지하려 들지만 요금청구서가 나온 다음이 문제다. 학생들은 형편상 요금 내기가 벅차기 때문에 돈버는 방법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에서 중년남성과 여고생 사이에 유행한다는 이른바 「원조교제」가 국내에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여학생들이 불륜의 대가로 중년남성으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는다는 충격적인 내용이다. 이들이 원조교제의 유혹에 넘어가는 것은 휴대전화와 같이 분에 넘친 씀씀이가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우리도 청소년 문제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강 건너 불」로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요즘 부모들은 자녀를 엄하게 키우기보다는 아이들 요구를 그대로 들어주는 경우가 많다. 부모 입장에서는 어릴 적부터 아이의 기를 살려주고 과거 자신이 겪었던 경제적 어려움을 자식에게까지 물려주고 싶지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청소년비행의 근원이 되는 흡연이나 음주는 엄격하고 보수적인 가정보다는 자유방임형 가정의 자녀에게 높은 빈도로 나타나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술과 담배에 손을 대는 청소년의 또다른 특징은 자제력이 부족하고 충동에 약한 점이다. 여기에 향락적 대중문화가 이들의 물질적 욕구를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청소년보호법 시행령 발효 이후 MBC TV의 「이경규가 간다」 코너는 청소년에게 술과 담배를 팔지않고 정직하게 영업하는 양심가게를 여러 곳 탄생시켰다. 이들 가게가 불량청소년의 협박전화 등으로 수난을 당하고 있다고 한다. 이웃 주민들이라도 그 가게 물건을 많이 사준다면 격려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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