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軍 주민납치 상황]「北도발-주민실수」두가지 가능성

  • 입력 1997년 10월 17일 20시 11분


북한군이 17일 군사분계선 인근지역에서 영농작업을 하던 대성동마을 주민 2명을 납치함으로써 또다시 남북간 긴장상황을 조성했다. 북한군이 이들 주민을 납치한 정확한 상황에 대해서는 아직 진상조사가 끝나지 않았지만 무장군인이 비무장으로 영농활동에 나섰던 농민을 납치해 간 것은 사전계획이 있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도발적 성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재까지 유엔군사령부와 우리 국방부는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와 주민 2명을 납치한 것으로 공식 발표하고 이들 주민에 대한 송환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유엔사와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북한군이 정전협정을 위반하고 도발을 감행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엔사와 국방부 역시 주민들이 납치되던 당시의 정확한 상황과 경위를 아직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과연 북한군이 정전협정을 위반했는지는 단언하지 못하고 있다. 군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납치된 홍성순씨와 아들 김용복씨는 대성동마을의 다른 주민 3명과 함께 군사분계선 접경지역의 논에 가을걷이를 나섰다가 도토리를 줍기 위해 일행들과 떨어져 나갔다는 것. 이들이 추수를 나갔던 지역은 판문점 동북쪽 1.3㎞지역의 경기 파주시 군내면 어룡리로 군사분계선과 불과 20∼30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이들 주민들이 도토리를 줍기 위해 일행과 떨어져 나갔다면 군사분계선을 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며 이는 당시 같이 영농활동을 갔던 주민들도 비슷한 얘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비무장지대의 군사분계선이 명확한 표지물이 없이 지형지물 등으로 남북 상호 양해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들 주민들이 정확한 군사분계선을 파악하지 못하고 넘어 갔다가 북한군에 납치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때문에 이번 납치사건은 △순찰을 나왔던 북한군이 의도적으로 도발을 했거나 △주민들이 실수로 군사분계선을 넘었을 가능성 등 두가지로 요약된다. 첫번째 상황의 경우 북한군이 명백한 도발을 자행했기 때문에 유엔사를 통한 강력한 항의와 국제적 비난여론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두번째 상황일 경우는 유엔사와 우리 정부가 군사정전위를 통해 북한측과 송환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군관계자들은 두가지 경우 모두 납치주민들의 송환 가능성은 비교적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북한군도 이들 주민을 납치한 직후 군사정전위와의 전화통화에서 송환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같은 전망은 주민들이 영농활동중 납치된 것이기 때문에 군사적 의미가 없는데다 북한의 김정일(金正日)이 공식 권력승계를 한 시점에서 굳이 대미(對美)관계를 악화시킬 필요가 없다는 데서 나오고 있다. 또 유엔사와 우리 군당국이 지난달 인천시 강화군 교동도로 표류해 온 북한군 하사를 인도적 차원에서 송환하는 등 지난해부터 세차례나 북한군을 송환, 좋은 선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황유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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