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뒷말투성이 노벨평화상

  • 입력 1997년 10월 16일 20시 18분


▼1985년 「핵전쟁방지 국제의학자기구」라는 단체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후 심각한 논란이 일었다. 수상자 중에 정치범을 심리적으로 고문하는 기술을 개발한 소련 의사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크렘린 의사가 노벨상의 영광을 즐기고 있을 때 평화운동의 진정한 영웅들은 굴라그(강제노동수용소)에 감금돼 있었다. 올해 노벨평화상이 국제지뢰금지운동(ICBL)에 돌아간데 대해서도 세계 언론의 평가가 엇갈린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지는 최근 사설에서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85년도와 「최악의 수상자」를 놓고 겨룰 만하다고 혹독하게 비난했다. 이 신문은 「세계적으로 잔인한 무기로 취급되고 있는 지뢰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아무런 용기가 필요없는 운동」이라면서 총알사용 금지운동을 벌이는 것이 훨씬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빈정거렸다. ▼이 신문은 특히 한국 비무장지대에서 지뢰를 제거하면 수많은 병력과 고가의 하이테크 장비가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합법적인 지뢰공급이 줄어들면 지뢰가 필요한 국가들은 이미 매설한 지뢰를 더욱 제거하지 않으려 할 것이고 불법 지뢰에 대한 수요까지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와 달리 사설에서 ICBL의 활동을 찬양하면서 「지뢰금지협약 서명을 거부하는 국가들은 언제까지 국제여론을 거스를 것인가」고 물었다. ▼지뢰는 비인도적인 무기임에 틀림없지만 한반도에서는 전쟁억지라는 인도적인 목적을 위해 쓰이고 있다. 미국과 독일 등의 언론은 ICBL이 특정지역의 현실을 무시하고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지뢰문제에 접근한다고 비판한다. ICBL을 후원한 다이애나 전영국왕세자비가 노벨상 심사 시기에 맞춰 죽는 바람에 과분한 상을 받았다는 시각도 있다. 노벨평화상은 주기도 어렵고 받기도 어려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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