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김동완/北에 일주일 다녀와서

  • 입력 1997년 10월 11일 19시 59분


조선기독교도연맹 강영섭위원장의 초청을 받아 9월23일부터 30일까지 방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베이징(北京)을 떠난 비행기가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할 때 참으로 흥분을 억제할 수 없었다. 땅을 밟는 순간 엎드려 입을 맞추고 싶은 것을 참느라 온 힘이 모아졌다. ▼ 다양성 상실한 문화 ▼ 기독교도연맹 대표들의 공항환영행사를 시작으로 7박8일 동안의 일정이 시작되었다. 기독교도연맹 사무실, 평양신학교, 칠골교회, 평양시 순안지역 남산예배처소 방문, 그리고 봉수교회에서 주일예배 참석과 설교를 할 수 있었던 데 감사할 뿐이다. 때가 한창 「당의 총비서」 추대기간이었다. 평양 시내 도처에서 볼 수 있는 축하행사의 모습은 설명 없이도 무엇을 의미하는지 느끼게 하였다. 종이꽃술을 손에 들고 흔들며 걷는 어린 아이들,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 그리고 단체로 둥글게 원을 만들어서 추고 있는 독특한 춤. 어떻게 이런 모든 것이 가능한지 북한을 처음 방문한 이방인인 나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극히 짧은 기간이었고 제한된 사람들과 지역의 방문이었지만 몇가지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언어표현의 단순성, 한줄기인 언로와 언론. 그래서 행동과 삶의 통일성이 이루어진 듯했다. 우리는 흰옷을 좋아하고 비슷한 음식, 같은 말을 쓰는 한 민족이라서 속히 평화로이 통일될 것을 희망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나를 당황하게 한 것은 「서명」을 「수표」, 「약속되었다」를 「물려 있다」, 「채소」를 「남새」, 「복잡하다」를 「긴장되다」로 쓰는 등 언어표현이 많이 다르다는 점이었다. 우리의 언어표현은 나이 지식과 문화의 차이에 따라 다양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모든 세대의 언어표현이 비슷하고 단순하다는 느낌이다. 어떤 일에 대해서는 상대의 의견을 물으면 일치된 표현을 쓴다. 「일 없습니다」는 「좋다」 「괜찮다」 「동의한다」 등의 뜻이 포함된 단순한 대답이다. 단순한 언어표현을 사용하고 단순한 언로에서 교육되었고, 그래서 복잡한 선택없이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고, 결과적으로 함께 춤추고 행동을 통일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양지역의 들녘은 황금벌판이었다. 쌀농사는 풍년임을 보여주는 것같았다. 그러나 사실은 지난 8월19일부터 21일까지 태풍과 함께 밀어닥친 해일이 문덕군 일대를 비롯해 서해안 곡창지대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벼 수확을 「0」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지붕꼭대기를 넘기는 바닷물이 육지로 밀어닥쳤다는 것이다. 보기에는 대풍이었는데 직접 내손으로 만져보니 완전히 쭉정이들이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농사는 대부분 밭농사에 의존하고 있는데 가뭄으로 옥수수는 제대로 자라지도 못했고 열매는 전혀 없었다고 한다. 그들은 지난 3년 동안 「고난의 행군」을 하여 왔고 금년에는 끝날 줄 알았다는데 지금은 해일과 가뭄 때문에 다시 걱정하는 것이 역력했다. ▼ 「고난의 행군」 언제까지 ▼ 이제 곧 추위가 밀어닥칠 터인데 「네 원수가 배고파하거든 식량을 먹이고 목말라 하거든 마시우라(로마서 1장20절)」는 주님의 말씀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 방북 후 어깨가 점점 무거워짐을 느끼고 있다.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면 현명하다. 자기 양심의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더욱 현명하다.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참으로 현명한 사람이다」라고 한다. 일주일 동안 그곳에 머물면서 무슨 소리를 듣고 왔는지, 그리고 우리 민족의 평화통일을 향한 하나님과 역사의 의지의 조용한 소리는 무엇인지 들으려고 기도하고 있다. 김동완<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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