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리뷰]용의 눈물/이방원 「넋두리」 언제까지…

  • 입력 1997년 10월 6일 20시 25분


KBS 드라마 「용의 눈물」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드라마가 있을까. 대선주자들이 즐겨 보는 드라마로 꼽히는가 하면 「대권(大權)」을 둘러싼 극중 권력투쟁은 곧잘 현실정치에 인용돼 왔다. 궁중암투가 주류를 이루던 사극 풍토에 새 바람을 일으킨 작품으로 자리매김할 만하다. 그러나 최근 「용의 눈물」은 「용의 아내의 눈물」로 변질되고 있는 느낌이다. 이 드라마는 1, 2차 왕자의 난 등 굵직한 사건을 다룬 뒤 두가지 사건을 축으로 전개되고 있다. 몇주에 걸쳐 그려진 성빈 안씨를 둘러싼 이방원과 중전 민씨의 대립, 함흥차사로 표현되는 이방원과 아버지(태조)의 갈등이다. 이같은 전개는 이방원의 집권 뒤 이전에 비해 「흥미진진한 권력투쟁」과 갈등이 줄어든 역사적 흐름 때문이다. 또 중전의 동생들인 민무질 민무구 형제의 숙청으로 이어지는 태종의 왕권강화책을 설명하기 위한 사전포석일 수도 있다.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갈등이라는 공식을 먹고 살아간다. 「용의 눈물」은 이런 의미에서 방원과 함께 정도전 방간 등 끊임없이 주인공의 「적」을 등장시키는 「갈등 공식」에 충실한 드라마였다. 그러나 최근 이 드라마의 제자리 걸음은 이같은 공식에 맞춘 나머지 갈등의 확대재생산에 주력한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성빈 안씨의 등장이 극중에서 세세하게 다뤄질 만큼 그토록 큰 사건일까. 인물에 대한 객관적 평가도 문제로 남아 있다. 역사 테두리 안에서의 해석은 제작진의 몫이지만 최근 이방원의 넋두리는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후궁의 영입도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사려깊은 판단이고 냉혹한 숙청은 언제나 고뇌에 찬 결단인가. 「용의 눈물」이 이방원에 대해 새로운 인물평을 시도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미화(美化)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제작진은 드라마를 드라마로 봐달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역사를 소재로 한 대하드라마가 주는 이미지 효과는 상상외로 클 수도 있다. 〈김갑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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