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회창총재의 새 기회

  • 입력 1997년 9월 30일 20시 07분


이회창(李會昌) 새 총재 체제의 출범은 신한국당에 기회 반(半) 위기 반의 양면성을 지닌다. 집권여당의 대통령후보 겸 총재로서 그가 어떤 역량을 보이느냐에 따라 신한국당의 모습은 물론 대선정국의 양상도 달라지게 된다. 당총재였던 김영삼(金泳三)대통령하의 2인자에서 당(黨)과 정(政), 권력의 두 축(軸)중 하나인 당권을 옮겨 받고 앞으로 정권재창출을 향해 뛰어야 할 이총재에겐 총재취임 축하의 무게만큼이나 부담 또한 커진 것이 사실이다. 명실상부하게 집권당의 간판으로 올라섰지만 이총재는 안팎의 위기에 몰려 있다. 당 밖에서는 대중의 흡족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당내에서는 그로 인한 후보사퇴 압력에 직면해 있다. 그는 민주적이며 적법한 당내 절차를 거쳐 대통령후보로 선출됐지만 그동안 보인 여러 시행착오로 높은 지지율을 스스로 깎아 내렸다. 이는 결국 정당정치의 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경선결과 불복이라는 악재(惡材)까지 몰고 왔다. 이총재는 어제 취임사에서 『대선이 80일밖에 안 남았으나 우리 당은 선거에 임할 전열도 못갖추고 외부로부터의 도전과 내부갈등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상황을 정확히 분석한 지적이다. 다만 일이 이렇게 되기까지 상황을 반전시킬 만한 묘책도 없이 엉거주춤해 온 자신의 책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법대로」와 「대쪽」이미지로 국민에게 새정치 기대를 심었던 그가 하루아침에 추락 위기에 몰린 것은 아무래도 포용력과 지도력의 미숙, 즉 정치력 부재에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두 아들 병역문제로 비롯된 지지율 하락을 만회하려는 듯 보수연대나 개혁정책의 수정을 통한 김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했으나 번번이 벽에 부닥쳤다. 오히려 정체성(正體性)시비가 불거져 당내갈등만 증폭시켰고 위기관리 능력의 허점도 드러냈다. 어제 총재직 이양 전당대회에 맞춰 노선을 재정리, 일단 당의 파열(破裂)은 막았지만 그의 앞길을 가로막는 돌부리는 여전히 곳곳에 널려 있다. 그렇다면 지금 이총재가 당면한 최대 과제는 무엇보다 당부터 추스르는 일이다. 국민의 지지를 회복하는 것도 당을 일사불란하게 묶고난 이후에야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이총재가 당을 이한동(李漢東)새대표를 중심으로 한 집단지도체제로 전환한 것은 안정을 고려한 나름의 적절한 선택으로 평가할 만하다. 새로운 이(李)―이(李)체제가 당장 당내화합을 이루어낼 것이란 전망은 성급하나 양자간 협력과 명예총재로 추대된 김대통령의 조언이 힘을 합칠 경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는 충분하다. 이총재진영은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는 정치력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이번 대선이 정당정치의 큰 틀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고 국민의 선택도 용이해진다. 신한국당으로서는 이총재의 취임이 새 기회이자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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