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오웅진/영원한 사랑의 化身

  • 입력 1997년 9월 6일 20시 32분


예수님께서 세상사람들에게 하신 첫 강론은 바로 「행복」에 관한 것이었다. 마태복음 5장3절에 쓰여진 그 말씀인즉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그들은 하늘나라를 차지하리니」. 마음의 가난이란 무엇인가.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다 내주고도 더 이상 내줄 것이 없을 때 느끼는 가난함」이다. 물질적인 가난이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비참에 빠뜨린다면 마음의 가난은 소외받는 사람들을 구원하는 출발점이다. ▼ 「가난한 마음」테레사 ▼ 6일 하느님 곁으로 간 테레사수녀는 「마음의 가난」을 온 몸으로 실천한 분이다. 캘커타의 빈민굴로 들어가기 전까지 수녀님은 20년간 가톨릭계 고등학교에서 여학생들을 가르치는 안정되고 깔끔한 생활을 했다. 그러나 질병치료를 위해 히말라야의 다질링으로 가는 열차안에서 수녀님은 자신의 삶을 바꾸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지금까지 살아오던 길을 포기한것이다. 수녀원을 떠나자마자 그는 「거리의 사람」이 돼야 했다. 그의 기억대로 「잠잘 곳도, 친구도, 도와주는 이도, 돈도, 일자리도, 어떤 약속이나 보장도」 없는 존재가 된 것이다. 테레사수녀는 바로 거기서부터 출발했다. 자신이 돌보려 했던 버림받은 사람과 똑같은 위치로 한없이 자신을 비워 그들의 고통에 동참했던 것이다. 그것이 진정으로 「가난한 마음」이다. 『사랑이 참되기 위해서는 그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사랑을 하려면 상처입고 자기를 비워내야 합니다』라고 자신이 말했던 그대로의 삶이다. 테레사수녀는 79년 노벨평화상 수상연설에서 전세계인들에게 이렇게 호소했다. 『길가에 버려져 있는 굶주린 사람을 데려다가 빵 한조각으로 배불리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진정으로 어렵고 중요한 일은 부모나 형제친구로부터 버림받으며 그들이 마음에 입은 상처를 치유하는 일입니다』 테레사수녀의 말씀에 비추어 우리 삶을 돌아보면 도처에 버림받은 사람들이다. 가난과 질병만이 사람들을 비참하게 만들지 않는다. 물질적인 풍요를 누린다고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무관심과 소외감에 병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부모와 자식 형제라는 천륜을 저버리고 내 삶의 「불편」을 이유로 자신의 육친을 버린다. 사소한 분노 때문에 같은 생명을 토막살인하고 원하는 아이가 아니라는 이유로 태아를 없앤다. 중요한 것은 버림받은 사람들만이 아니라 버리는 사람들도 똑같이 영혼에 상처를 입는다는 점이다. 테레사수녀는 일찍이 이 문제를 깨달았다. 사랑의 선교원을 운영하며 『굶주림은 빵의 문제가 아니라 사랑의 문제』라고 전세계에 호소해 온 것이다. ▼ 외치지 않고 실천 ▼ 상처받은 마음은 어떻게 치유될 수 있을까. 바로 테레사수녀처럼 자신의 생명까지를 내어바치는 온전한 사랑으로 가능한 것이다. 이는 예수님께서 『벗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이 없다』고 했던 것을 실천한 삶이다. 사랑의 힘은 물질만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을 벌인다. 48년 8월 테레사수녀가 캘커타의 빈민굴에서 「사랑의 선교원」을 시작했을 때 수녀님이 가진 것이라고는 단돈 5루피였다. 바나나 2개 정도를 살 수 있는 돈이라고 했던가. 그러나 오늘날 사랑의 선교회는 전세계 95개국에 4천여명의 성직자들을 파견해 장애인과 고아 에이즈환자 미혼모를 돕는 단체로 자라났다. 사랑이란 그런 기적을 낳는 것이다. 하나의 사랑이 더 큰 사랑을 낳는 것이다. 테레사수녀는 사랑의 화신이었다. 그의 사랑은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고 행동하는 것이었다. 그는 혁명가처럼 정의를 외치지는 않았지만 사랑으로써 정의를 세운 분이었다. 오웅진<신부·꽃동네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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