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회생에 더 과감해야

  • 입력 1997년 8월 25일 20시 17분


금융기관의 추락한 신용도를 회복시키고 자금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금융시장대책은 뒤늦기는 했지만 불가피한 조치다. 부실은행에 대한 특융(特融)과 정부보증, 종합금융사에 대한 긴급자금지원은 외환시장 혼란과 자금경색 현상을 억제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금융시장의 안정 못지않게 경제가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다각적인 대책 마련에 좀더 과감해야 한다. 제일은행에 특융을 하고 신용도가 낮은 금융기관에 정부가 지급보증키로 한 것은 신용도 하락을 막아 해외차입 애로를 타개하는 응급처방 성격이 짙다. 문제는 이번 대책만으로 금융산업과 외환시장이 안고 있는 취약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에 있다. 수출부진 국제수지적자 환율불안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치유되지 않는 한 금융불안이나 외환위기는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복병이다. 대증(對症)요법보다 종합적인 경제활성화대책이 시급한 것은 이 때문이다. 금융기관에 대한 특융이나 국고자금 지원 및 정부보증,이런 것들은 모두가 국민부담이고 특혜다. 금융산업이 흔들리면 나라경제가 거덜나기 때문에 이같은 특혜지원을 반대하기도 어려운 건 사실이다. 그렇다해도 국민부담으로 수 조원의 자금을 지원하면서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어물쩍 넘어갈 수는 없다. 정책에 실패한 정부나 부실경영에 책임이 큰 은행 경영진은 국민에게 사과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당연히 문책도 뒤따라야 한다. 아울러 기아(起亞)문제를 비롯한 대기업의 경영난도 어떤 형태로든 조속히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 자금시장 혼란과 금융사 신용추락 등도 원인은 상당부분 기아같은 대기업 문제의 수습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금융단과 기아 사이의 감정대립이 일을 꼬이게 만들면서 사태가 악화된 데는 자력으로 해결할 능력이 없는데도 은행과 기업이 알아서 처리하라며 시장경제원리만 내세우는 정부에 책임이 크다. 위기국면에 정부가 적극 나서지 않고 미적대다 뒤늦게 대책을 내놓은 것도 문제다. 이번 금융대책만 해도 시의적절했다기보다 실기(失機)한 측면이 더 많다. 그러다보니 대책내용도 근본적인 처방이라기보다는 미온적이고 다시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금융산업의 체질을 강화하는 것은 우리경제가 안고 있는 최대의 과제다. 그러나 극심한 불황속에서 지나친 속도로 강행하는 것이 과연 최선인가도 재고해볼 문제다. 긴 불황이 바닥을 지나는 시점에서 구조조정을 지속하면서 경기회복에 대비하는 정책의 조화가 필요하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정치논리가 경제에 끼여들어서도 안되지만 경제를 활성화하는 유인책까지 무작정 배척되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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