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이재호/美 「돈없는집 자식들의 군대」고민

  • 입력 1997년 8월 1일 19시 51분


신한국당 李會昌(이회창)대표 두 아들의 병역면제 문제로 한국이 시끄럽다. 미국은 어떤가. 지원자만 군에 가게 돼 있어서 지도층 자녀들의 병역문제는 더 이상 말썽거리가 아닌가. 결코 그렇지 않다. 미국에선 지원제도에 따른 폐해가 심각하다. 1973년, 월남전이 계속되던중 병역제도가 징병제에서 지원제로 바뀐 이래 돈 없고 가난한 집안의 젊은이들로만 군대가 채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포천지 선정 5백대 기업의 중역들과 상 하의원, 3천여명에 달하는 연방정부 고위공무원(정치적 임명직)들의 자녀들은 거의 전부가 군에 가지 않은 것으로 돼 있다. 83년 베이루트 미해군기지 폭탄테러 때 사망한 해병 2백20명 중 1백42명이 근로자 집안의 자녀들이었다는 통계도 있다. 지난해 6월 사우디아라비아미군기지 폭탄테러 때도 19명의 미군 사망자 중 10명이 역시 블루 칼라 집안 출신이었다. 지원제이므로 지도층 또는 상류층 자녀들이 군에 가지 않는다고 해서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군의 하층화는 군과 민의 이분화를 심화시킨다. 은연중에 민은 군을 멸시하고 군은 민을 경원하게 된다. 또한 국가 지도층에 군을 아는 사람들의 수가 갈 수록 적어진다. 이로 인해 군을 모르는 사람들이 군사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불합리가 생긴다. 미국은 바로 이런 점들을 걱정하고있다. 지원제의 일반적인 폐해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문제가 심각해 군과 민이 해결책 마련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일각에서는 ROTC 확충안도 나오고 있다. 미국이 이럴진대 북한군과 지척에서 대치하고 있는 한국에서 집권 여당 대선후보 자녀의 병역면제 시비가 일고 있는 것은 이유야 어찌됐든 한심한 일이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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