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근 30년도 넘게 나는 문필인으로서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김종필(JP)을 보아 왔다.
JP라는 인물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친분이 두터워지면 두터워질수록 알 수 없는 매력을 느끼게 해 준다.
나도 어지간한 독서가라고 자처하고 있지만 이를 능가하는 방대한 독서량과 해박한 지식, 꿈과 낭만이 있는 인생관, 나름대로의 투철하고 이념이 있는 정치철학, 좌중을 휘어잡는 달변과 유머감각을 JP는 가지고 있다.JP는 선천적으로 문화예술계에 관심과 애착을 갖는 체질이다.
총리 재임기간에 학술원 예술원을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지원했고, 현재 서울가무단의 전신인 「예그린 악단」의 창설을 후원했고, 내가 직접 깊숙이 관여한 한국소설가협회에 대해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문예진흥원, 배우 미술 연극협회, 펜클럽도 적잖이 지원한 것으로 안다. 그가 문화예술을 좋아한다고 해서 문약(文弱)한 사람으로 생각한다면 큰 오해다. 문약한 사람이 어찌 목숨을 걸고 과단성있게 5.16혁명을 주도할 수 있었겠는가.
고(故) 朴正熙(박정희)대통령에 대한 신의를 지키면서, 나라에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는 모든 허물을 뒤집어쓰고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선두에 서서 난국을 수습하고 해결하는 결연한 모습을 우리는 많이 보아온 터다.
이제 JP와 술잔을 나눌 수 없게 된 것이 못내 아쉽지만 나는 그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의 앞날을 조용히 지켜볼 것이다.
홍성유(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