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엘니뇨, 강건너 불 아니다

  • 입력 1997년 7월 13일 20시 09분


기상이변의 한 원인으로 추정되는 엘니뇨현상으로 태평양 연안국에 비상이 걸렸다. 호주 필리핀 인도 등지에서는 벌써부터 가뭄과 바다표면온도 상승이 뚜렷해지고 지구촌 곳곳에서 호우 등 기상이변이 속출해 피해가 극심하다. 우리나라가 이런 기상이변 피해권에 포함될지는 예측하기 어려우나 기상변화를 예의 주시,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적도 태평양상의 이상해류(異常海流)와 기류(氣流)로 남미 페루연안 해수면 온도가 급등해 주변지역에 폭풍과 홍수 가뭄 저온 등 재난을 초래하는 엘니뇨는 보통 2∼7년마다 발생한다. 올 봄부터 내년까지 지속될 이번 엘니뇨는 15년만에 최악의 것이 될지도 모른다고 미국국립환경예보센터는 전망했다. 우리나라 기상청과 농업과학기술원측은 최근 엘니뇨현상이 점차 발달하는 추세지만 우리에게 주는 직접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강건너 불보듯 할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과거 엘니뇨 탓으로 보이는 피해가 적지 않았다. 지난 82년의 경우 극심한 봄가뭄으로 많은 논에 모내기를 못했고 93년 여름에는 이상저온과 잦은 강우, 일조량 부족으로 쌀생산이 타격을 입었다. 당시 쌀생산 부족에다 밀 옥수수 등 국제곡물가격 폭등으로 곡물수급에 큰 차질을 빚은 경험이 생생하다. 일본 등 각국은 연초부터 엘니뇨 진전상황을 추적하며 재해 및 농업피해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재해가 나면 모두 천재(天災)로 돌리는 안이한 자세는 버려야 한다. 최근 동해안 지진 때 진앙지(震央地)도 제때 찾지 못할 정도로 재해에 대한 연구나 투자가 미흡한 실정이다. 기상이변은 갈수록 심해질 전망이다. 기상관련 인력 및 장비보완과 함께 기상변화에 체계적으로 대처하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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