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이렇게 키워요]염곡동 한치옥-장은숙씨부부

  • 입력 1997년 7월 11일 08시 04분


서울 염곡동에 사는 한가선(10·언남초등교 4년) 재성(6)남매는 여름방학이 시작되기도 전에 벌써 얼굴이 새까맣다. 지난달 9일부터 지난 5일까지 한달간 큰집이 있는 전남 해남에서 시골학교를 다녔기 때문이다. 평소 「아이들은 많이 놀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한치옥(39·건축기술사) 장은숙씨(36·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모니터국장)부부가 가선이를 시골 큰집으로 보냈던 것. 올해부터 「도농(都農)간 이동체험학습계획」에 따라 초등학생이 다른 지역의 학교에서 수업을 받아도 출석으로 인정된다. 유치원이나 학원에 다니지 않는 재성이도 부담없이 누나를 따라 나섰다. 가선육孚 한달간 다닌 곳은 해남군 북일면의 북일초등학교. 큰집이 있는 수동마을에서 자전거로 20분이나 달려야 했다. 한 학년에 한 반밖에 없고 학생 수도 한 반에 28명인 것이 신기했다. 시골학교 친구들은 서울학교 친구들과 달리 무뚝뚝했지만 수업 마지막 날 전해준 선물과 편지들로 가선이의 가슴은 뭉클했다. 수첩 지우개 공책 인형 그리고 자신들의 사진과 함께 전해준 편지에는 「드디어 떠나는구나. 나 니 욕한 적 있어. 자연실험할 때 너무 똑똑한 척을 하니까. 미안…」 「우리 편지로 비밀 다 쓰자. 니 비밀은 나한테 다 털어놔. 나도 비밀을 털어 놓을 게」라고 적혀 있었다. 한씨 부부는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말해 본 적이 없다. 강남에 살면서도 가선이에게 과외를 시킨 적이 없고 재성이도 지난해 미술학원에 보냈으나 재미없다며 가지 않겠다고 하기에 그만두게 했다. 억지로 모든 것을 잘해야 하는 요즘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게 어머니 장씨의 생각. 『노는 것 외에 좋아하는 것 한가지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이들 남매는 방학 때마다 해남에 가서 사촌들과 술래잡기 헤엄치기 곤충채집 등을 하며 방학을 보낸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그냥 노는 것은 아니다. 친척들과 함께 가까운 강진도요지나 다산초당 등 유적지를 찾아본다. 특히 가선이에게 일기쓰기는 빼놓을 수 없는 일과. 가선이 엄마는 「방학책」은 개학을 앞두고 서울에 돌아와 풀도록 하지만 일기는 꼬박꼬박 쓰도록 가르친다. 한씨부부는 여름 휴가에 아이들과 합류, 큰집 인근에 있는 땅끝마을에 가서 해돋이를 볼 계획이다. 〈김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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