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섭씨 수사기록]『이성호씨 영향력행사 수차 요청』

  • 입력 1997년 7월 9일 08시 51분


[김기섭 전 안기부운영차장] △검사〓피의자는 현직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씨를 알고 있는가요. △김기섭씨〓90년3월 당시민자당 대표위원으로 계시던 현대통령을 모시는 과정에서 알게돼 그후 대통령선거를 거치면서 정이들어가깝게지내왔습니다. △검사〓피의자는 전대호건설 사장 이성호를 알고 있나요. △김씨〓이성호의 부친인 대호건설 이건회장이 91년경 신라호텔 헬스클럽 회원으로 가입한 사실이 있어 이회장을 통해 아들인 이성호를 소개받아 알게 되었으며 그후 이성호가 김현철씨와 미국에서부터 알고 지내온 사이라는 것을 알고 세사람이 서로 가깝게 지내왔습니다. △검사〓피의자는 이성호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있나요. △김씨〓93년5월 1억원을 받고, 그해 8월에 5천만원을 받았는데 전액 1백만원권 또는 5백만원권 자기앞수표로 받았으며 두번 다 편지봉투 크기의 봉투에 넣어주는 것을 받았습니다. △검사〓이성호로부터 돈을 받게 된 경위를 상세히 진술하시오. △김씨〓이성호가 서울지역 무선호출기사업에 진출하려고 시도했다가 실패하는 과정에서 많은 비용을 허비해 아버지나 회사직원들에게 면목이 없는 터라 새로 추진되고 있는 유선방송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서초유선방송사업권을 획득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과정에서 저에게 그러한 경위를 설명하면서 공보처장관 등 관련 공무원들에게 대호건설측이 서초유선방송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해달라는 말을 여러차례 해온 사실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돈을 줘 받게 된 것입니다. △검사〓이성호가 오로지 서초유선방송 사업자 선정문제만을 말하면서 돈을 주던가요. △김씨〓그런 것은 아니고 첫번째는 「부하직원들의 회식비에나 보태쓰라」고 하면서 돈을 주는 과정에서 케이블TV 사업권문제를 부탁하였고 두번째는 「휴가비인지 식구 옷값인지에 보태쓰라」면서 돈을 주는 과정에서 그런 부탁을 했습니다. △검사〓왜 이성호가 피의자에게 돈을 주면서 「사모님 옷값에 보태쓰라」는 말을 하였나요. △김씨〓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93년경 저와 김현철 이성호씨부부가 서울 힐튼호텔에서 주최한 디너쇼와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음악회에 두차례 참석한 사실이 있는데 그때 이성호가 제 처를 보고 난 후 돈을 주면서 둘러댈 말이 없으니까 그런 말을 하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검사〓이성호가 김현철씨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그런 부탁을 한 사실이 있나요. △김씨〓93년3월경 저와 김현철 이성호씨가 만난 자리에서 이성호로부터 서초지역 케이블TV사업에 진출하려고 한다고 하면서 공보처에서 최종결정하는 사업이니 도와달라는 말을 들은 사실이 있으며 그후에도 한두차례 더 들은 걸로 기억납니다. △검사〓왜 이성호가 피의자와 김현철씨에게 부탁했다고 생각하나요. △김씨〓당시 저는 안기부 기획조정실장으로 재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성호 입장에서는 제가 유선방송사업자 선정 주체인 공보처 관계공무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였을 것이고 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씨 역시 저보다 훨씬 강력하게 그러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검사〓이성호는 당시 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씨와 막역한 사이였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피의자에게까지 그런 부탁을 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김씨〓아마 대호건설측에서는 서초지역 케이블TV 사업권을 획득하기 위해 아는 사람들을 모두 동원해 부탁하느라고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검사〓피의자가 이성호로부터 청탁받고 그에 대한 대가로 금품을 받은 사실을 자백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씨〓제가 최근에 언론 등에서 김현철 이성호씨와 함께 여러가지 이권에 개입한 양 매도당한 사실이 있으나 사실상 이성호 외에 그 누구로부터도 공직에 취임한 이후 돈받은 사실이 없어 그 진상을 밝히고 그에 상응한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해 검찰소환을 받고 출석하기 전에 미리 저의 잘못을 자술서 형식으로 작성해 가져오기까지 하였기 때문에 저의 잘못을 순순히 시인하는 것입니다. △검사〓피의자는 다른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이나 사무에 관해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금품을 교부받으면 처벌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요. △김씨〓예. 그 정도의 법률상식은 있습니다만 당시 현직 대통령께서 취임 직후 재임중 한푼의 돈도 받지 않겠다고 공언한 사실이 있어 저도 그런 자세로 직무에 충실하려고 하였습니다만 당시 이성호가 저와 그 이전부터 막역하게 지내오던 사이라 이성호의 부탁을 거절할 형편도 되지 못했던 처지라 이런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습니다. 〈정리〓공종식·조원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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