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여영무/북한을 보는 중국의 눈

  • 입력 1997년 6월 29일 20시 21분


북한의 극심한 경제적 궁핍과 식량난은 마침내 주민들을 집단적인 아사상태로 몰아넣었다. 90년 동구권 붕괴이후 급전직하 내리막길을 달려오던 북한경제는 거의 마비상태에 빠졌고 식량배급망과 중앙집권통제도 무너지다시피했다. 공업시설 가동률도 20∼30%로 떨어져 경제적 목표를 세우기가 무의미해졌다. 남은 것은 김정일과 그 측근세력 그리고 백만대군 병력정도다. ▼ 김정일 5년내 무너질 것 ▼ 과연 북한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적어도 지금까지 나타난 외형적인 사실로 보면 북한은 체제위기를 넘어 이미 긴 붕괴과정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북한의 이런 위기 상황에 관한 중국 관리와 북한전문 학자들의 공식적인 답변은 하나같이 레코드판을 틀어놓은 것과 같다. 『정세는 불안하나 김정일 정권은 안정돼 있다』는 것이다. 북경의 각 연구소학자들도 그 이상 북한문제에 대해 토론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 학자와 개별적으로 만나면 다소 솔직한 의견을 들을 수 있다. 이들은 지금 여건 아래서 북한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며 김정일은 결국 탈권(5년내)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김정일은 폐쇄고립정책에다 개혁개방을 반대하기 때문에 현재의 위기를 탈출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둘째, 따라서 북한은 현재의 경제적 위기 탈출과 먹는 문제 해결에 실패하게 되면 정권유지의 정당성이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셋째, 북한은 시장경제와 개혁개방국가들에 둘러싸인 고립무원의 고도나 다름없기 때문에 김정일 같은 옹고집으로는 체제생존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넷째, 가장 중요한 논리는 동양사상의 역성(易姓)혁명이다. 즉 동양사상에서는 군주(국가)가 가렴주구 폭정에다 백성들(국민들)을 굶주리게 하면 결국 그 군주는 역성혁명으로 방벌(放伐)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 북한은 백성들이 폭군을 방벌하지 않으면 안될 극한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김일성 생일기념 잔치때 평양을 다녀온 한 연구원은 북한은 노예사회며 주민들은 겨우 생명만 붙어있는 노예들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북한에 친구가 많은 김일성대학 유학파다. 중국 학자들의 북한정권에 대한 이런 비판은 3년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런 혹평이 지금은 다반사가 되었다는 것도 중국이 북한을 보는 눈의 커다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중국과 북한사이가 매우 불편한 관계라는 것을 여러 학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은 중국이 북한에 얼마간의 식량지원만 해줄뿐 북한에 대한 개방권고나 영향력 행사가 전혀 불가능하다고 했다. ▼ 영향력 행사 전혀 불가능 ▼ 중국당국이 최근 연변에다 대규모 피난민수용소를 마련한 것도 북한내부가 잘못돼 피난민이 대거 중국으로 유출될 때를 대비한 것이다. 피난민 대량유출은 대개 정권이나 체제붕괴가 아니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중국에서 북한붕괴론에 무게를 실어주는 예측과 당위성이 무성한 이유중 하나는 약간은 감정적인 요인도 없지 않은 것 같다. 최근 중국에 있어서 북한정권은 미운오리새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담만 안겨주고 북한에 대한 개방권고에 대해서는 쇠귀에 경읽기로 막무가내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중국관변 의견을 그런대로 반영하는 중국 각 연구소 연구원과 학자들의 진단은 현재와 같은 체제 운영방식으로는 김정일정권의 운명이 그리 길 수가 없다는 결론이었다. 이런 진단은 7월8일 김일성 3주기 이후 김정일의 공식적인 권력승계 여부와는 무관하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여영무(북한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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